[마라톤]정성옥 열기 北 '시끌벅적'

  • 입력 1999년 9월 16일 19시 22분


북한은 지금 ‘정성옥신드롬’에 들끓고 있다.

정성옥(25)은 지난달 29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 우승자(2시간26분59초).

북한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사설에서 ‘수천 수만의 정성옥을 키워 경제 과학 문화 기술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강성대국의 높은 영마루를 단숨에 점령하자’며 정의 우승을 ‘하늘높이 제2의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한 것과 같은 주체조선의 기상’이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노동신문은 정이 평양에 개선한 4일 사설에서도 정을 ‘민족의 장한 딸’로 지칭하면서 ‘정선수의 백절불굴의 투쟁정신을 적극 따라배우는 사업을 전 사회적으로 힘있게 벌여나가자’고 강조했다.

북한의 ‘정성옥 붐’ 조성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정이 개선하는 4일을 ‘휴식일(공휴일)’로 공포하고 ‘환영의 노래’까지 만들었다. 또 100만 군중을 동원해 공항에서 평양시내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였으며 북한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를 실황중계했다. 이날 저녁에는 홍성남내각총리 등이 참석한 환영연회까지 평양옥류관에서 열었다.

북한은 정성옥에게 ‘공화국영웅’칭호와 함께 금별메달, 국기훈장 1급, ‘인민체육인’칭호를 수여했다. ‘공화국영웅’칭호는 북한정권 수립 이후 체육인으로서는 처음.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우승자 계순희도 ‘인민체육인’칭호를 받는데 그쳤다. 김정일총비서도 고급승용차와 주택을 정에게 선물로 줬다. 이후에도 ‘정성옥이벤트’는 끊이지 않았다. 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환영 군중집회, 8일 평양시 학생들과의 상봉모임, 12일 고향 해주에서 시민환영 카퍼레이드, 13일 ‘금메달로 조국 빛내자’는 체육인들의 궐기모임 등.

북한의 문예기관들도 가만 있을리 없다. 화가들은 정선수를 소재로 한 그림 포스터 등을 만들고 조선영화문학창작사는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조선기록영화촬영소도 훈련 경기모습 등을 담은 기록영화제작에 착수했다. 작가들은 노래말 시 소설 등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15일까지 북한신문과 방송에 접수된 시와 가사만도 30여편. 또한 정성옥의 이름을 백과사전에 수록하고 그의 모습을 담은 우표도 만들기로 했다.

정성옥은 91년 세계적 육상인인 신금단(61)의 눈에 띄어 3000m선수로 발탁됐다. 해주체육학원을 거쳐 지금은 압록강체육선수단 소속.

북한의 ‘정성옥신드롬’은 어디까지 갈까.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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