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 국군체육부대 사이클감독(30).
네살된 딸아이의 자상한 엄마이자 12명의 우락부락한 선수들을 이끄는 야전 지휘관. 그가 취임 2개월만에 팀을 올시즌 처음으로 전국대회 정상에 올렸다.
체육부대는 18일 음성에서 끝난 제8회 청주MBC배전국사이클대회 남자일반부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박감독은 사이클계의 드문 여장부.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했으나 체육부대의 체계적인 훈련 방법에 매료돼 여군에 자원입대했다. 88년부터 90년까지는 국내 도로부문 최강 자리를 지켰다. 23세이던 92년부터 팀 코치로 활동했고 올 8월 ‘금녀의 벽’을 깨고 감독이 됐다. 이에 앞서 5월에는 대한사이클연맹 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모두 최연소 기록이고 여성으로는 최초.
박감독이 ‘신화’를 일궈가는 비결은 바로 성실성. 선수들과 씨름한 뒤 귀가해서는 유럽의 과학적인 훈련법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거르지 않는다. 도로부문 전공인 박감독이 이번 대회 트랙 4개 종목을 휩쓴 것도 이 때문. 매일 100㎞ 이상의 강행군에 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에 젖은 등을 내보일 때마다 애처로운 마음에 눈가를 훔친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감독은 남자 선수들 상대하기가 오히려 편하단다. “조직의 특성상 말 한마디가 명령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 따라줘요. 내년엔 도로 부문도 석권할 계획입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