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끝난 99코리안 여자축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득점왕(16골)에 오른 차성미(25·인천제철).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미아햄’이라고 치켜세운다. 특히 늦게 축구를 시작했지만 이처럼 빨리 빛을 발한 것은 천부적인 골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를 세심히 지켜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지독한 훈련으로 오늘의 그가 있었다는 것.
그의 ‘밝은 오늘’은 ‘어두운 어제’가 밑거름이 됐다.
두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쫓기듯 서울에서 경기 오산시로 옮겨 식당을 차린 어머니, 울며 보채는 어린 동생…. 그를 강철로 조련한 아픈 기억이다.
조금 유명해진 뒤에도 그를 옥죄는 것은 많았다. 같이 땀흘리던 동료들의 중도포기, 관중 하나 없는 여자축구에 대한 무관심,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역할….
그러나 차성미는 이 모든 것을 견뎌냈다. 92년부터 단 태극마크, 96도로공사배 득점왕, 98년과 99년 연속 코리안리그 득점왕은 그의 노력에 대한 ‘훈장’이다.
차성미는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세다.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펼치는 스크린플레이나 1대1 돌파는 발군이다.
99여자월드컵에서 득점왕과 MVP를 휩쓴 중국의 골잡이 쑨원을 좋아한다는 차성미는 “아직 순발력도 떨어지고 패싱 타임도 늦는 등 보완할 게 많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여자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