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울릉도]해돋는 섬…밤이면 漁火 만발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 청마 유치환(1908∼1967년)의 시 ‘울릉도’의 한 귀절이다. 가을에 찾아간 울릉도. 망망대해 위의 ‘한 점’이었다. 장거리 뱃길로 사람의발길을망설이게하던그섬이요즘은 포항에서 세시간반이면 닿는 ‘코 닿을 거리’에 있다. 최근 전망대케이블카, 독도 선상유람코스까지 가세, 찾는 이들이 많다. 이 가을에 가 볼만한 ‘신비의 섬’ 울릉도와 독도로 안내한다.》

★ '우산팔경'의 백미로

칠흑같은 어둠이 울릉도의 땅과 바다를 삼켰다. 그 경계를 찾기란 어려운 일. ‘어화’(漁火·어선에서 켜는 등불이나 횃불)만이 그곳이 바다임을 알려준다. 초파일 강에 띄운 연등처럼 먼 밤바다에서 아른거리는 하얀 불빛. 그것은 다름 아닌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 불빛이다. 오징어잡이가 한창인 요즘 울릉도의 밤바다는 어둠을 밝히는 수백개의 어화로 장관을 이룬다.

그 중 백미는 ‘우산팔경’(于山八景) 중 하나인 ‘저동어화’(苧洞漁火). 동해의 유일한 어업전진기지 저동(옛이름 모시개)항 주변의 어화를 이른 말이다. 그 광경이 얼마나 장관이었던지 어느 인공위성이 그 모습을 촬영해 지구에 송신했을 정도다.

저동어화의 장관을 한눈에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적어도 올 4월 도동항 옆의 망향봉 정상에 케이블카로 오르는 전망대가 문을 열기 전까지는. 전망대에서는 저동어화는 물론 망향봉 아래 깊은 계곡안에 오종종 들어선 울릉읍 도동의 소박한 야경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공기가 맑은 울릉도의 이 야경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홍콩과 호주 시드니의 야경에 뒤지지 않는다. 이 전망대에서 즐기는 ‘저동어화와 도동야경’이 요즘 진귀한 볼거리로 등장했다.

★ 방어낚시 '손맛' 제철

울릉도 밤바다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밤중 배위에서 잡는 방어낚시도 그 중 하나다. 길이 60∼70㎝짜리 방어가 심심찮게 낚시에 걸린다. 방어는 요즘이 제철. 살오른 방어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하룻밤에 150여마리씩 잡혀 새벽 어판장에 나온다.

방어낚시의 묘미는 힘센 방어가 미끼를 삼키고 달아날 때 낚시줄을 통해 전달되는 그 힘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손 맛. 밤낚시 도중 오징어잡이배를 찾아가 막 건져올린 싱싱한 오징어를 사서 그자리에서 회쳐 먹는 맛도 기막히다.

해돋이와 해넘이 감상도 울릉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일출 장소로는 저동항이 좋다. 일출은 조용한 가운데 감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동항에서 만큼은 부산함과 소란스러움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벽 4시부터 바빠지는 울릉수협공판장 앞 방파제의 촛대바위가 일출감상 포인트이기 때문. 밤새워 근해에서 낚시로 잡아온 싱싱한 오징어는 일출때 경매를 시작한다.

억센 갯가여인들이 경매된 오징어를 상자에서 바닥으로 쏟아 놓고 칼로 배를 딴 뒤 바닷물로 씻은 즉시 대나무에 꽂아 건조대로 보내는 작업광경이 활기차다.

★'태하낙조'도 운치

해넘이 명소로는 ‘황토구미’라 불렸던 태하를 따를데가 없다. ‘태하낙조’(台霞落照) 역시 우산팔경중하나. 섬동북편의 바위해안과 달리 자갈밭이 발달한 태하해변에서 몽돌과 검모래를 쉼없이 휩쓰는 파도소리를 배경음으로 낙조를 감상하는 운치가 있다.

◆케이블카

운행시간은 일출전∼자정. 전망대는 어화감상 못지 않게 아침 해돋이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요금 4500원. 세진레포츠 0566―791―7120.

〈울릉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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