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다음날인 12일 인천 남구의 종합경기장에는 1000명 정도의 관중이 모여들었지만 몇몇 선수 가족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각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동원된 사람들이었다.
남구에 사는 이모씨(37)는 “동사무소에서 부녀회를 통해 나와달라고 해 나왔다”며 “여기 모인 사람 대부분은 ‘점심 줄테니 나와달라’고 해 할 수 없이 나온 사람들”이라고 털어놓았다.
마라톤이 있던 15일 종합경기장에는 500여명의 시민들이 ‘동원’됐다. 경기장 안에는 ‘구민 관람석’ ‘△△동 주민 관람석’이라는 표지판과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고 구별로 동원된 주민과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수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고3학생들까지 동원돼 자리를 채웠다. 인천 I고 3학년인 한 여학생은 “어제까지 1, 2학년들이 돌아가며 동원됐고 오늘은 3학년 차례”라며 “수능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3학년생들까지 강제 동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동원된 주민과 학생들은 경기에는 관심이 없고 정해진 자리에서 잠을 자는 등 경기장 분위기를 망치는 일도 다반사다.
일부 주민들은 술판까지 벌이며 경기장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했고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교사의 지도에 따라 즉석 노래발표회를 열어 관중석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를 제지하는 지도요원은 없었다.
또 이날 S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종합경기장의 경기일정이 모두 끝난 오후 1시경에야 도착해 1시간 동안 관중석에 할일 없이 앉아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민들의 반발에 인천시청의 한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 벌어진 체전도 모두 우리처럼 했다. 특별히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태연히 말했다.
시민 김대열씨(35·인천 남구 학익동)는 “스포츠 축제인 전국체전에 관중동원은 너무 한심한 일”이라며 “행정당국은 관중석이 빌 것만 걱정하지 말고 체전이 진정한 시민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