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104개의 초록 섬. 상하(常夏)의 나라, 말레이시아 반도의 서쪽 안다만 해상에 있는 랑카위 군도다.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 외로워 보인 탓일까. 섬마다 애틋한 전설을 갖고 있다. 억울한 죽음에 한이 맺혀 이차돈처럼 흰 피를 뿜었다는 ‘마수리의 무덤’ 섬, 수태(受胎)의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호수가 있는 다양분팅 섬….
랑카위 군도에서는 이 섬 저 섬을 보트로 오가며 바다와 하늘을 벗삼아 한겨울의 추위를 잊고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섬마다 애틋한 전설▼
군도의 중심은 랑카위 섬.제주도의 3분의 1 크기다. 랑카위 공항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파란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선 키 큰 팜트리(야자수)가 빚어내는 섬 풍경에 피로도 잊는다.
랑카위 군도의 바다 풍경은 어떤 해양리조트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거기서도 백미는 해양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풀라우 파야’(Pulau Payar). 이곳으로 가기 위해 쿠아제티 선착장으로 갔다. 저만치 힘차게 날개짓 하는 모습의 대리석 독수리상이 보인다. 독수리의 서식지인데다 대리석이 많이 나는 ‘랑(독수리를 뜻함) 카위(대리석을 뜻함)’를 상징하는 석상이다. 여기서 풀라우파야까지는 페리보트로 1시간이 걸린다.
풀라우파야의 바다는 수면 위 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도 아름답다. 이곳의 수중은 허풍을 약간 곁들인다면 ‘물 반, 고기 반’. 그 진귀한 수중을 들여다 보기 위해 잠수함에 탔다. 수중세계를 들여 다 볼 수 있도록 설치된 아크릴제 창 밖으로는 또 다른 별세계가 펼쳐진다.
바닷속 비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노클링이 제격. 수중을 유영하다가 주머니에서 빵 한 조각을 꺼냈다. 순식간에 수 백마리 물고기가 달려 들었다. 새까맣게 몰려 드는 물고기떼에 놀라 빵을 던지고 달아나는 여행자도 있다.
▼섬 전체가 면세지역▼
랑카위 섬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쇼핑. 온 섬 전체가 면세지역이어서 가격이 저렴하다. 대표적인 쇼핑타운 쿠아(Kuah)에 가면 고급 브랜드 상품도 즐비한데 대개의 가격이 공항면세점에 비해 10∼30%까지 싸다. 캔맥주 한 개가 1.2링깃(한화 400원 가량)일 정도.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수상이 받은 선물을 전시하는 퍼다나갤러리와 악어농장도 들러보자. 골프코스도 수준급이다.
섬에는 무려 45개나 되는 리조트호텔이 있지만 12∼2월 겨울휴가시즌에는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랑카위는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갈 수 있다. 그러나 12월 24일에는 크리스마스 휴가객을 위한 랑카위 직항 전세기가 운항된다. 문의 △말레이시아관광청(서울) 02―779―4422 △말레이시아항공(서울) 02―777―7761
〈랑카위〓송인회기자〉ss04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