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슈퍼게임]이승엽 "홈런 한방 날려야 하는데…"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9분


“뭔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9일 후쿠오카돔에서 열린 한일슈퍼게임 3차전이 끝난뒤 이승엽(23·삼성)의 얼굴엔 아쉬움만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는 특별했다. 평소 존경해오던 왕정치감독(다이에 호크스) 앞에서 선을 보인 게임이었기 때문.

하지만 방망이는 계속 헛돌고 타구는 한차례도 외야쪽으로 뻗지 못했다. 6회 1,2루간을 꿰뚫는 오른쪽 땅볼 안타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

왕정치감독도 “이승엽이 홈런치는 걸 못본 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승엽은 이번 대회에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 절대적으로 훈련량이 부족한데다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제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선수들 가운데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선수였지만 3게임을 통해 11타수 2안타의 빈타에 삼진은 5개나 된다. 9일 경기에서도 평소 그의 입맛에 딱 맞는 공이 여러차례 왔지만 제대로 공략을 하지 못했다.

“6회에 우전안타를 때렸던 것도 시즌때 같았으면 홈런이 되었을 공이었다. 속시원하게 한번 치고 싶은데 방망이가 마음먹은대로 안 돌아가니 나도 미칠 노릇이다.”

같은 외다리타법의 소유자이자 아시아 홈런신기록(55개)를 보유하고 있는 왕정치감독 앞에서 ‘죽을 쑤는 모습’을 보였으니 적잖이자존심이상할법도 했다.

특히나 이승엽은 3차전을 위해 경기전날밤 야간스윙훈련까지 소화하는 열의를 보였었다.

이승엽은 “이번 슈퍼게임을 통해 한국야구도 많이 발전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도쿄〓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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