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은 2학기째인 석사 과정이 벅차기도 했고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도 싶어 대표팀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나 셔틀콕에 대한 열정은 깊어만 갔다.
특히 국제 무대를 떠나 국내 대회에 출전하면서부터는 텅 빈 관중석을 보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새삼스럽게 곱씹었다. 이 때문에 한 때 심각하게 고려했던 은퇴도 먼 훗날로 미뤘다.
이주현 등 노장들이 주축인 눈높이여자배드민턴팀은 올 첫 시즌 전관왕을 달성했다. 그것도 창단 3년만에 팔팔한 국가대표 선수가 총 망라된 삼성전기팀을 꺾고 이룬 위업이다.
이주현은 전관왕 달성의 최대 고비가 됐던 삼성전기와의 전국체전 준결승전에서 마지막 단식 주자로 나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경기 직후 이주현의 머릿속엔 갖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3년전 오리리화장품팀 해체 이후 새로운 팀을 찾아 헤맸던 일. 올 초 국가대표 후배 나경민을 새 식구로 받아 투혼을 다짐했던 일. 이어진 선배 방수현의 은퇴….
“국제무대에서 멀어졌지만 현역 선수들의 맏언니로서 쓰러지는 날까지 국내 배드민턴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이주현이 새삼스럽게 다진 결심이다.
이주현은 16일부터 이틀간 충주에서 열리고 있는 99삼성컵배드민턴 순회최강전 마지막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의 ‘바람몰이’가 기대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