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장환수/코미디같은 'KBO 철퇴'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교통법규에 ‘비보호 좌회전’이란 게 있다. 사고가 나면 전적으로 좌회전 운전자의 책임이지만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선수 재계약금에 해당하는 사이닝보너스와 옵션 다년계약 에이전트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시행되면서 파생된 이른바 ‘비보호 좌회전’이다.

이는 노조가 없는 국내프로야구에선 선수의 권익보호를 위해 위험수위를 넘지않는 한 용인돼야할 사안. 실제로 이면계약인 옵션은 프로야구초기부터 성행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눈감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KBO가 29일 사장단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단지 규약에 없다는 이유로 위반이라며 ‘철퇴’를 결의한 것은 ‘한편의 코미디’였다. 이날 삼성으로 이적한 이강철은 다년계약과 옵션, 해태와의 교섭기간중 사전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피소’됐다.

또 한화 송진우는 사이닝보너스와 다년계약으로 ‘벌과금 딱지’를 떼야 할 입장이고 LG 김동수는 에이전트를 계약대리인으로 내세운 채 ‘잠적’했다는 이유로 KBO총재의 경고와 함께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조금만 되짚어보면 KBO와 해태, LG는 스스로 발목을 묶는 ‘자충수’를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태는 삼성에 앞서 27일 이강철에게 다년계약과 옵션을 제시했고 LG는 불법이라 몰아세웠던 김동수의 에이전트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음을 자인하지 않았던가.

KBO 또한 최동원에서 비롯된 ‘옵션계약 불가’를 왜 당시에 ‘엄중경고’하고 상벌위에 회부하지 않았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굳이 ‘비보호 좌회전’을 문제삼으려면 선수의 ‘소형승용차’에서 총재와 구단고위층의 ‘고급승용차’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딱지를 떼야 하지 않을까.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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