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평행봉 황제 이주형 "시드니 대관식만 남았다"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모리스에 파이크드.’

체조 남자 평행봉에서 최고급 난이도인 ‘SE(슈퍼 E난도)’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뒤로 두바퀴 공중회전후 무릎을 완전히 편 상태로 어깨에 평행봉을 걸치는 동작.

이 ‘모리스에’를 무리없이 잘 구사하는 선수는 세계 톱클래스 가운데 한국 남자체조의 간판인 이주형(26·대구은행)밖에 없다.

평행봉의 세계 정상급 선수는 러시아의 크루코프와 본다렌코, 중국의 리샤오펭, 일본의 스쿠하라 정도지만 이들도 ‘모리스에’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다.

10월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이주형은 이 ‘모리스에’ 기술로 9.750점을 얻어 라이벌을 모두 물리치고 91년 유옥렬의 뜀틀 금메달이후 8년만에 세계남자체조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어 11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99DTB 국제체조대회마저 제패, 적어도 평행봉 부문에선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다. 한국 체조계는 기량면에서 완숙기에 접어든 이주형이 내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숙원인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며 벌써부터 가슴 설레고 있다.

이영택 남자대표팀 감독은 “과거 선수들이 실수를 많이 했던 착지를 보완하고 심리적인 부담감만 떨쳐버리면 무난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지난해 다친 왼쪽 발목이 아직 완전치 않다는 점. 하지만 이주형은 “꾸준히 발목강화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전까지 100% 컨디션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11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99주니치컵 국제체조대회는 이주형이 다시한번 평행봉 세계 1인자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주니치컵은 세계 톱랭커만을 초청하는 권위있는 대회로 이번에도 러시아 일본 중국 루마니아 등 체조강국의 내로라하는 스타가 모두 참가한다.

이주형은 지난해 이 대회 평행봉 우승자. 평행봉과 함께 철봉부문을 노리고 있는 그는 주니치컵마저 석권, 3연속 국제대회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9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주형은 주니치컵에 참가한뒤 15일부터 시드니올림픽에 대비, 호주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이주형은 누구?▼

82년 대구 명덕초등학교 4학년때 체조에 입문한 이후 17년째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이주형은 ‘대기만성형’ 스타.

그가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에서 평행봉 금메달을 땄을 때. 한해 반짝하는 선수와는 달리 이주형은 성실성으로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아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9년만인 올해 마침내 세계선수권 정상을 밟았다.

이주형은 1m63, 61㎏으로 이상적인 체격에다 선이 굵은 연기를 구사하는 게 특징.

운동을 위해 술 담배를 극구 피한다는 이주형은 현재 한국체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은퇴후엔 지도자의 길을 갈 예정.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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