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외로 담담하다. “혼자 잘 한다고 되나요.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죠. 기록엔 별 욕심이 없어요. 앞으로도 몇골을 더 넣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그러면서 이상은은 “제가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는 아킬레스건이 원래 좋지 않았고 7월엔 끊어지기까지 했다. 지금도 뛰면 신경이 끊어질 것 같지만 찜질 등을 하며 참고 있다.
이상은은 그래도 움직일 수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자신을 키워준 서순만감독이 한달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아 부천 누가병원에 누워있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상은이 서감독과 연을 맺은 건 10년이 넘었다. 선화여상 시절 인천실내체육관에서 진주햄과 연습할 때부터 서감독은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탱크같은 돌파력과 번개 슈팅은 다 서감독이 만들어준 것.
이상은은 큰잔치 개막 직전 단 한번 서감독을 찾아뵌 게 여간 죄스러운 게 아니다. 얼굴이 많이 축난 서감독에게 그나마 대기록으로 ‘선물’이라도 했으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상은은 서감독의 직접 지휘를 받기 시작한 92년 신인으로는 처음 100골 이상을 넣으며 주목을 받았다. 또 꾸준한 공격력으로 백상서(한국체대 코치)가 10년 만에 이룬 536골을 8년 만에 깼다.
이상은은 병실에 있는 서감독과 통화하기도 힘든다. 구홍수코치가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야 서감독의 병세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은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서감독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라며 서감독의 쾌유를 빌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