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면 뭐든지 이뤄지는 ‘도깨비 방망이’.
요즘 프로야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꼭 ‘도깨비 방망이’같은 모양새다.
모임만 가졌다 하면 제도변경이 눈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 원칙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이고 선수위에 군림하는 각 구단의 이익만이 존재할 뿐.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프로야구 최고의 집단임을 확인케 한다.
올해 처음 시행된 자유계약선수제(FA)가 그 예. FA는 작년말 일본진출을 시도한 정민태(현대)와 트레이드를 거부하고 미국행을 선언한 양준혁(해태)의 발목을 잡기위해 급조한 제도임은 부인할 수 없는 것.
애초부터 ‘의도가 불순’했던 탓에 제도적인 문제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그나마 1년만이라도 원칙이 지켜졌으면 다행이련만 수시로 구단 입맛대로 규약이 바뀌었다.
12월1일엔 자유계약선수를 데려가는 구단이 이듬해 연봉의 200%를 원소속구단에 보상키로 했던 것을 현 연봉에 50%를 더한 금액의 200%를 주기로 규약을 변경했다.
또 29일 이사회에선 한팀이 데려갈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사무총장 문제도 그렇다. 멀쩡하게 있던 사무총장이 느닷없이 사임하더니 기다렸다는 듯 이사회에서 신임 사무총장을 뽑았다. 신임 사무총장 선출문제는 규약에 구단주총회 의결사항이라고 분명히 나와 있다. 이사회는 “추후 구단주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아마도 프로야구단 사장단은 “우리가 곧 법”이라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