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은 자타가 인정하는 SBS스타즈의 간판스타.
높이뛰기선수출신인 그는 덩크슛은 물론이고 상대를 압도하는 블록슛에 능해 공포의 대상.
게다가 중장거리슛의 정확도도 높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오픈찬스다 싶어 던지는 슛도 튀어오르는 정재근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저승사자’.
정재근은 프로농구 원년인 97시즌 21경기 전경기에 출전해 평균 21.1득점을 올려 국내선수 중 전희철(동양오리온스)에 이어 득점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97∼98시즌과 98∼99시즌엔 부상으로 결장이 잦아지며 각각 평균 15.7점과 15.1점으로 점차 득점력이 약화됐다.
파워포워드로 외국인선수와 몸싸움하며 리바운드 잡아내랴, 득점 신경쓰랴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에 뛸 수밖에 없었던 탓.
이런 점에서 올해 정재근은 부담을 훨씬 덜었다.
용병을 ‘가드+센터’로 판을 짜오던 팀이 김인건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며 ‘파워포워드+센터’로 골밑 철옹성을 구축한 것. 정재근은 리바운드 부담을 덜고 스몰포워드로 코트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주장직도 이상범에게 넘겨주고 게임에만 전념하겠다고 마음먹은 정재근의 올 시즌 성적은 일단 절반의 성공.
루키 김성철과 함께 시즌 전경기를 뛴 단 2명중 한명인 정재근은 평균 12.2득점으로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는 못한 상태.
문제는 득점력이 들쭉날쭉하다는 것.
지난달 27일 기아엔터프라이즈전에서 승리할 때 정재근은 4쿼터에서만 14점을 쏟아부으며 30득점을 올려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다음날 SK 나이츠전에선 9득점에 머물며 실책을 팀내 최다인 3개나 저질러 팀의 5점차 패배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정재근의 활약 여부에 따라 SBS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
정재근은 지금 온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양쪽 발목 통증에 손가락부상, 게다가 치통으로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팀을 생각하면 그냥 주저앉을 수 없다.
공동8위로 하위권으로 추락한 SBS를 ‘저승사자’가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두고 볼 일이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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