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해’ 벽두에 아홉 용의 전설이 깃든 구룡포(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를 찾아갔다.
가까이에 한반도 동쪽끝으로 해돋이를 가장 먼저 보는 영일만 호미곶(포항시 남구 대보면)도 있어 해맞이와 제철 맞은 구룡포 과메기 시식을 겸할 수 있다.
포항비행장∼구룡포는 국도 31호선으로 12㎞. 택시(1만∼1만2000원)로 15분 거리다. 오전 8시 구룡포의 영일수협위판장부터 들렀다. 갓 잡은 대게 경매가 한창이다. 경매가는 큰 놈이 마리당 5만6500원. 지난 겨울에는 9만원까지 치솟던 것이 이렇게 떨어졌다. 요즘은 게 살리는 기술도 발달해 수심 250∼300m에서 그물로 건져 낸 대게가 모두 산 채로 경매된다.
경매에 부칠 산 게는 배에서 내려 공판장 바닥에 뒤집어 놓는 데 게를 집다가 집게에 손가락을 물린 작업부의 외마디 비명이 도처에서 수시로 터져 나온다. 펄펄 산 게 수백마리가 뒤집힌 채 다리를 휘젓는 모습, 그 게를 둘러싸고 경매를 벌이는 중개인들. 여기서는 게나 사람이나 모두 그 생명의 한 끝을 댄 지척의 푸른 동해처럼 당당하고 힘있다.
요즘 구룡포는 과메기철이다. 섣부른 상혼에 휩쓸린 탓일까, 구룡포 과메기축제는 과메기가 한창 제철인데 지난 4일로 벌써 파장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일까. 파도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가 덕장에서 밤새 얼었다 한낮에 녹는 과정을 며칠씩 반복하며 익어가는 과메기는 겨우내 구룡포를 뒤덮는데….
“과메기는 황태하고 다릅니다. 단순히 건조된 게 아니라 익는 거지요. ”
구룡포과메기생산협회 사무국장인 유봉택씨(53·유봉상사 대표)의 설명이다. 과메기는 얼다 녹다 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발효하며 맛이 든다는 것이다. “꽁치는 뱃살에 몰린 기름이 살 전체에 고루 퍼지면서 구룡포의 바닷바람에 구덕구덕 마르며 숙성해 서서히 과메기가 되지요.”
그를 따라 구룡포 바닷가의 과메기덕장에 갔다. 차양막 그늘 아래 익어 가는 과메기에서 비린내가 진동한다. 유국장은 “과메기는 구룡포 기후가 만들어낸 특산물”이라며 “요즘 구룡포 바깥에서 햇볕에 속성건조 시킨 것을 구룡포 과메기라고 내다 파는 데 그늘에서 구룡포 바닷바람을 맞으며 숙성한 과메기와 맛이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룡포과메기생산협회가 ‘구룡포 과메기’를 상표로 등록출원하고 과메기에 품질보증서를 붙여서 판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룡포〓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과메기란▼
▽알아보기〓모양에 따라 ‘배진 것’(배를 따서 뼈만 발라 낸 뒤 숙성시킨 것)과 ‘엮걸이’(통째로 짚으로 엮어 숙성시킨 것)로 나뉜다. 모두가 구룡포 현지인들이 붙인 이름. 배진 것은 35㎝이상의 큰 꽁치로, 엮걸이는 그보다 작은 것이 사용된다. 숙성기간도 다르다. 배진 것은 3∼4일, 엮걸이는 12∼15일.
원재료는 청어였으나 한 동안 청어가 잡히지 않는 바람에 꽁치로 대체됐다. 요즘은 꽁치의 숙성기간이 청어에 비해 짧고 맛도 좋아 꽁치를 선호한다.
9∼11월 잡은 가을꽁치가 주로 쓰이는데 영하 40도로 냉동된 것을 꺼내어 숙성시킨다. 과메기 역시 꽁치의 선도가 중요한 변수. 신선한 꽁치만 쓴다. 과메기의 구룡포 현지가격은 한 두름(20마리)에 7000∼1만원. 구입시 구룡포과메기생산협회의 품질보증서를 확인하도록. 택배서비스( 0562-276-2253)도 한다.
▽먹기〓통째로 숙성시킨 엮걸이는 과정이 복잡하다. 가위로 배를 따 내장을 꺼내고 등지느러미를 자른 뒤 절반으로 갈라 뼈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긴다. 배진 것은 껍질만 벗겨 먹는다. 생미역 김 마늘 쪽파 등을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구룡포 현지식당의 한접시(8마리) 가격은 1만5000원.
▼여행 떠나기▼
▽나홀로〓서울∼포항 비행기왕복시 하루코스. 포항공항에서 렌터카 이용. 구룡포(국도 31호선)에 들른 뒤 호미곶을 경유하는 해안드라이브코스(지방도 912호선)를 달린다.
▽패키지(서울출발)〓①고산자답사회(무박2일) 〓15, 22일 출발. 해수사우나∼호미곶 해맞이∼구룡포 과메기덕장 방문 및 시식. 6만3000원. 02-732-5550
②온천별미여행클럽(1박2일)〓15일 출발. 구룡포(1박)∼호미곶 해맞이∼구룡포 과메기덕장 방문 및 시식∼오어사∼경주온천. 9만5000원. 02-774-5092
▼구룡포 맛집▼
어민의 삶에 잠시 끼어들 수 있는 것도 구룡포여행의 멋이다. 포구에 오종종한 식당은 그대로가 관광자원이다. 구석 구석에 삶의 편린이 흩어져 있다. 억센 사투리 속에서도 느껴지는 풋풋한 인심도 구룡포항의 자랑거리다.
어판장 건너 중앙시장의 복어탕골목은 그런 구룡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낮은 지붕의 집이 다닥다닥 붙은 60년대 분위기의 허름한 골목안팎에 복어탕과 복수육, 복껍질회만 내는 전문식당 4곳이 있다. 통통하게 살오른 콩나물(머리와 꼬리를 뗀다)만 넣고 맑게 끓여 내는 이곳의 복어탕은 순 경상도식. 식성에 따라 고추장양념을 풀고 식초도 넣는데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여기서 48년째 문을 연 함흥식당(주인 김필·58·여·0562-276-2348)을 찾았다. 주인 김씨는 6·25때 함흥서 월남한 시어머니가 차린 이 식당을 이어 받아 2대째 복어탕를 끓여 낸다. 원양산 은복은 6000원, 근해산 밀복 복어탕은 8000원. 복어탕 못지 않게 푸짐한 밑반찬도 입맛을 돋운다. 함흥식 가자미식해 가자미구이(1마리), 꽁치 전어를 섞은 잡어회(한 접시), 생미역 등등…. 복어껍질회(1만5000, 2만원)도 48년 경륜의 맛이다. 연중무휴며 일요일에는 새벽영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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