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 나경민은 ‘셔틀콕 황제’ 박주봉과 짝을 이뤄 김동문-길영아조와 금메달을 다퉜다.
그런데 상대 김-길조가 박주봉은 피한 채 당시 새내기인 자신에게만 집중포화를 퍼붓는 것이 아닌가. 온 힘을 다해 막아냈지만 결국 금메달 고개를 넘지 못했다. 그게 너무 서러워 나경민은 눈물을 ‘한 말’이나 쏟았다.
그러나 얼마나 ‘얄궂은 만남’인가. 그때 자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던 김동문과 지금은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나경민은 오히려 이젠 허리가 아픈 김동문을 ‘부둥켜안고’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15일 따낸 삼성코리아오픈 혼합복식 금메달은 그 시작이다.
나경민은 “동문오빠와 4년째 호흡을 맞추다 보니 이젠 눈길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다”며 “잔기술이 부족한 내 단점을 오빠가 잘 메워준다”고 말했다. 이런 나경민을 위해 소속팀도 발벗고 나섰다. 대교는 올초 연봉 이외에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특별상여금 1000만원을 쥐어줬다. 또 시드니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430개 지점 1만9000여 직원들이 참가하는 ‘나경민 금메달 기원 배드민턴 대회’를 열어 응원하기로 했다.
<제주〓김호성기자> 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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