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PC통신 골프동호회 최강자 조진석씨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7분


“만약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요.”

지난해 10월 99국제골프배 4대 PC통신 골프동호회최강전 개인전에서 우승한 조진석씨(47·사업). 그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이렇다할 취미가 없었다. 건강을 위해 등산과 테니스를 해봤지만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그가 95년 우연히 동네(서울 강남구 개포동) 골프연습장에 놀러갔다가 골프와 ‘평생인연’을 맺게 될 줄이야.

“연습장에서 그냥 볼을 쳤는데 첫번째도 헛스윙, 두번째도 헛스윙이었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바로 10만원을 주고 회원권을 샀죠.”

사실 그와 골프의 만남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공군사병으로 전역한 그는 부대내 골프연습장에서 장교들을 위해 ‘인간 티업기’역할을 1년간이나 했기 때문. “그때는 타석 옆에 쭈그리고 앉아 볼을 얹어주면서도 ‘이게 무슨 운동이 될까’라고만 생각했을 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는 골프 입문 2년만에 주말골퍼로는 ‘고수’로 불리는 ‘싱글’이 됐다.

그는 처음 2년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과 저녁, 한밤중 등 세차례씩 골프채를 잡았다. 술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지독한 집념이 아니고는 될 수 없는 것이었다. ‘폐타이어 치기 연습 중도하차’ 일화는 그가 얼마나 골프에 미쳤었는지 보여주는 대목.

한밤중 아파트옥상에서 빈스윙연습으로 만족하지 못한 그는 폐타이어를 구해 치기 시작했다. “임팩트 순간의 내 몸의 자세를 가장 잘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컸는지 반상회에서 항의가 나와 1주일만에 그만뒀지요.”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모두 꺾고 6오버파 78타의 성적으로 초대 PC통신 골프동호회최강전 챔피언에 등극한 그이지만 그의 비거리나 플레이스타일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00m, 아이언 7번은 150m 정도.

그는 싱글골프 비결을 무리하지 않는 코스공략과 퍼팅이라고 말한다.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 등 파온율이 PGA투어에서 1,2위 하는 선수들도 그 확률은 70%안팎에 불과해요. 아마추어골퍼들이 홀마다 레귤러온 시키겠다고 과욕을 부리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따라서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세번째샷’. 동료들은 그를 ‘로브웨지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30야드 이내 거리에서도 풀스윙으로 홀컵을 바로 겨낭하는데 대부분 실수없이 3m이내에 붙일 수 있다는 것.

그는 “퍼팅 때 방향은 틀릴 수 있어도 거리감은 거의 완벽하다”고 장담한다.

퍼팅스트로크 방법을 20여가지 이상으로 바꿔봤다는 그는 퍼팅연습기의 매트에 10cm마다 매직펜으로 표시해 놓고 거리감을 익혔다. 퍼터는 헤드가 넓은 오딧세이 로시Ⅱ를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퍼터의 넓이로 백스윙크기를 정하면 정확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겨울인 요즘은 실전라운딩은 물론 연습장에도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지난한해 직접 녹화한 골프경기 화면을 보는 ‘비디오골프’에 빠져 있다.

가끔 등산을 가지만 그것도 돌아오는 골프시즌을 대비한 하체단련을 위해서다.

“산정상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며 하루빨리 파릇파릇한 풀이 돋아나기를 학수고대합니다.”

‘골프광’ 조진석씨의 마음은 벌써 그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한달에 20만원만 투자해보세요"▼

동아일보 체육부가 인터넷 전자신문 ‘동아닷컴’에 개설한 홈페이지 ‘와글와글 스포츠’의 설문조사에서 ‘새천년에 가장 하고싶은 스포츠’ 1위는 단연 골프.

그런데도 선뜻 골프를 시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는 반드시 회원제골프장에서 18홀을 돌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대중골프장을 이용한다면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골프의 묘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또 골프레슨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총 비용은 연습장이용료와 레슨비를 포함해 한 달에 20만원 정도. 운동신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3개월 정도면 레슨을 마치고 ‘독학’이 가능하다. 정말 골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수업료로 60만원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닐 듯.

한편 ‘골프채가 없어서 골프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은 ‘자가용이 없어서 운전면허증을 못 따고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 초보시절엔 연습장에 비치돼 있는 채를 빌려 레슨을 받으면 된다. 일단 골프를 시작했다면 자신이 골프를 친다는 소문을 주위에 퍼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라운딩 제의도 들어오고 골프채도 물려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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