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0대 농구원로의 말이다.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 프로농구. 그러나 ‘농구의 기둥’인 센터싸움에서 ‘골리앗’ 서장훈이 버티고 있기에 한국농구의 자존심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
‘토종의 자존심’서장훈이 프로농구 네 번째 시즌인 99∼2000시즌에서 국내선수로서는 최초로 득점왕에 도전하고 있다.
서장훈은 1일 현재 3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4.38득점을 올려 27.69득점의 에릭 이버츠(골드뱅크 클리커스)에 이어 정규리그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농구 득점왕은 원년부터 용병들의 몫. 원년인 97시즌엔 래리 데이비스(SBS 스타즈)가 평균 30.65점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고 국내선수로는 전희철(동양 오리온스)이 9위로 유일하게 득점 랭킹 10위에 들었었다.
97∼98시즌에서도 문경은(삼성 썬더스)만이 국내선수중 유일하게 7위에 올랐다. 98∼99시즌엔 서장훈(3위) 현주엽(5위) 문경은(9위)이 랭킹 10위안에 들었지만 득점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장훈의 플레이는 결코 돋보이지 않는다.
단조로운 골밑슛과 리바운드로 더블 클러치와 발빠른 속공 레이업슛으로 무장한 가드들의 활약에 가끔 그의 존재는 묻혀버리곤 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경기기록표를 보면 ‘언제 서장훈이 이렇게 많은 득점을 했지’라며 놀라곤 한다.
서장훈이 이처럼 용병들 사이에서도 우뚝 설 수 있는 이유는 타고난 큰 키(2m7)도 있지만 영리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 서장훈은 3쿼터까지 용병센터들과 리바운드 싸움을 위해 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도 슛을 자제해 체력안배를 한다.
상대 센터가 체력이 떨어지는 4쿼터에서 서장훈은 마치 ‘한 마리 야수’처럼 상대 골밑을 유린하길 즐긴다.
연세대 시절 그를 지도했던 최희암감독은 “서장훈은 농구를 위해 타고난 체질과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서장훈은 아직 이버츠에게는 경기당 평균 3.3점이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 SK가 정규리그 13경기를 남겨뒀고 1위 SK와의 전면전을 피하는 팀이 늘고 있어 유리하다. 또한 팀마다 이버츠의 골드뱅크전에선 사력을 다해 이기려고 해 서장훈의 득점왕 등극은 가능성이 크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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