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최고 기록이 경신되는 종목. 선수의 체력이나 기술 향상도 중요하지만 사이클 자체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때문에 자전거 문화가 생활화된 유럽과 일본의 선진 제조업체는 올림픽을 최대 홍보 기회로 겨냥, 첨단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세계사이클연맹(UCI)은 각종 대회 성적이 장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자 ‘인간 중심’이라는 스포츠 근본 취지가 퇴색하는 데다 국가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 올부터 규격을 새롭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소재나 디자인 분야는 정해진 규격 내에서도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람과의 전쟁?
기록을 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공기 저항. 사이클 바퀴는 공기 저항을 줄이는 디자인 개발이 핵심이다. 벨로드롬 경기에서 원판형 디스크 형태의 뒷바퀴를 쓰는 것도 공기가 바퀴 양 표면으로 물 흐르듯 흐르게 하기 위한 것. 도로 경기에서는 스포크가 3∼5개로 압축된 바퀴를 주로 쓴다. 디스크형 바퀴는 옆바람에 쓰러지기 쉽기 때문. 스포크가 원형 단면에서 지름 1,2mm의 납작한 타원형으로 바뀐 것도 한 점의 바람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유니폼을 원피스로 만들어 표면에 코팅 처리한 것도 같은 맥락. 슈즈는 코팅된 커버를 씌운다. 에어로 헬멧으로 불리는 캡이 물방울 형태로 된 것도 역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 그러나 헬멧에 난 구멍은 속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공기를 순환시켜 머리의 열을 식히기 위한 것. 구멍 수와 형태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고 가격도 달라진다.
▽‘제3의 원소’를 찾아라?
사이클 몸체인 프레임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충격 흡수가 뛰어난 소재 개발이 핵심. 초창기땐 크롬 합금이 많이 쓰였으나 이후 알루미늄을 거쳐 항공기 소재로 쓰이는 티타늄 카본순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엔 비비셸 등 하중이 집중되는 부분에 단단한 알루미늄을 쓰고 나머지 부분은 카본을 쓰는 방식이 주류.
그렇다고 가벼운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도로 경기 등 장거리에서는 어느 정도 무게가 있어야 가속도를 받기 때문. 한국 사이클의 간판스타 조호성도 ‘사이클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40km 포인트 레이스 경기 때는 무거운 스틸 프레임을 선호한다.
선수의 체형에 딱 맞는 프레임도 경기력과 직결된다. 프랑스의 사이클 전문 제조업체인 ‘룩’사는 최근 선수 개개인의 신체 부위별 길이를 재 프레임 주물을 별도로 제작해 찍어내는 ‘모노블록 프레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6개월에 200대밖에 제작하지 못해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원가만 500만원을 호가한다.
▽중단없는 혁신
프랑스의 ‘룩’, 이탈리아의 ‘콜나고’, ‘캄파뇰로’ 등 사이클 제조 명가들은 9월 시드니올림픽에 대비, 비밀리에 첨단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사이클 유통업체인 ‘프로사이클’ 김동환 대표이사는 “규격이 규제된 만큼 향후 사이클 개발은 디자인 개발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현재 20∼23mm인 림폭이 20mm이하로 가늘어질 전망이다. 마찰계수를 줄이는 만큼 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인데 관건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소재 개발. 이밖에 핸들을 비롯한 모든 부품이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타원형으로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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