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여자배구단의 유화석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슈퍼리그 31연승을 자랑하던 ‘슈퍼리그 무적팀’ LG정유가 현대에 무릎을 꿇은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 그러나 유감독은 ‘작은 사건’에 만족하지 않고 현대가 10년만에 정상에 오르는 ‘대형 사고’를 한번 쳐보겠다는 각오.
지난해 현대가 실업연맹전과 전국체전에서 LG정유에 3연승할 때만 해도 현대의 슈퍼리그 우승이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큰 대회’의 뚜껑을 열어보니 양상이 달랐다. LG정유에 2연패. 20일 천신만고 끝에 거둔 3-2의 승리가 반가운 것은 단지 “경기에 이겼다”는 기쁨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들이 얻은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
유감독은 앞으로 남은 LG정유와의 경기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구민정 장소연 등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한유미 박선미 등 신인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주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유감독이 공연한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볼을 다루는 기량은 LG정유쪽이 더 낫다”고 말한다. 현대에 대해서도 “높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고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감독은 “기술은 떨어지지만 블로킹과 힘에서는 현대가 앞선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승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지요. 다음 경기부터는 부담이 없어질 겁니다. 더 좋은 경기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죠.”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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