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일이야 신경들 쓰겠어. 자기네들 잘먹고 잘사는 것만 신경쓰는데.”
“정말 너무들 하네. 올 시즌 시작만 되면 가만 안놔둘거야. 몸에 공 맞아도 할말 없을 걸.”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후원의 밤’이 열린 27일 서울 장충체육관. 행사가 시작되기 전 삼삼오오 모인 선수협 소속 선수들의 화제는 해외전지훈련을 떠나 있는 비가입 선수들이었다. 누구는 몇억을 받았다는 둥, 선수협 결성에 앞장섰던 누구는 전지훈련 떠나고 전화도 한통 없다는 둥.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선수들 잘 되자고 한 일에 빠진 동료들이 밉다는 얘기였다. 자신들은 운동도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고생고생하고 있는데 스프링캠프에서 편안하게 운동하고 있는 비가입 선수들이 야속하다는 것이었다.
한 선수는 팬 앞에서 “KBO도 아니고, 구단도 아닌 바로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던 우리 선수들이 선수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가장 가슴아프다”고 했다. 물론 이들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뜻을 함께하지 않은 동료들에 대한 원망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선수협이 좀더 정당성 있는 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선 상대를 포용할 줄 아는 아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몇몇 선수가 선수협을 비판했을 때 “배신감을 느낀다”며 격분할 게 아니라 “그들의 의견도 존중한다”며 너그러움을 보였어야 했다는 것. 선수협은 ‘자유의사에 의한 자발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즌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협 파동’이 어떤 형태로 해결되든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선수협에 가입하든, 가입하지 않았든 그들 마음속에 새겨진 상처는 당분간 쉽게 치유되지 않을 전망이다.
양측 모두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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