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온실서 핀 노란 수선화가 햇볕 따사로운 정원에 옮겨져 봄볕을 쬔다. 양지바른 산등성이 녹은 땅 위로는 만리향 천리향 히야신스가 파릇한 새싹을 내밀거나 꽃망울을 맺었다. 파란 하늘도, 푸른 바다도 사나흘 전과는 그 색깔이 다르다. 뺨을 때리던 칼바람도 잠들어 겨울외투가 버겁다.
여기는 거제도 남동쪽의 작은 섬 외도(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섬 주인 이창호(66) 최호숙씨(64)부부가 30년간 자식보다 더 정성들여 가꿔온 외도해상농원이다. 북상하던 봄기운도 예서 멈춘 듯 지금 이 섬에는 지척의 뭍에서는 볼 수 없는 춘색이 도처에 도도하다.
외도의 봄. 그것은 ‘소리’와 함께 온다. 뭍과 이 섬을 잇는 탯줄과도 같은 절벽 아래 선착장으로 외도의 봄은 소란스럽게 찾아온다. 봄방학 맞아 섬을 찾은 아이들의 재잘거림, 철이른 봄꽃을 보고 내지르는 여행객의 환호.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소리다. 아쉬움이라면 오선지에 옮겨 재연할 수 없다는 것.
외도와 거제 해금강은 ‘사촌’간이라 할 만하다. 가깝기(유람선으로 15분거리)도 하려니와 섬 주변이 온통 바위절벽인 것도 같기 때문이다. 포구마을 와현리 선착장에서 오른 유람선 오리엔탈호. 와현리에서 해금강까지는 21분, 외도까지는 11분 걸린다. 먼저 오른편 해금강으로 나아간다. 기기묘묘한 해안절벽의 바위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30분 가량 걸린다. 여기서 외도까지는 10분 정도 거리. 바다에서 올려다본 해금강을 외도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감상한다.
자동차 재떨이 술이 없는 섬, 외도. 섬에서는 누구나 걸으며 흡연과 음주는 ‘절대금지’다. 그런 탓인지 꽃과 나무, 바다와 하늘 등 자연의 모습이 더 돋보인다. 섬에서는 화장실마저도 전망대 역할을 한다. 선 자리, 앉은 자리에도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이 있다.
팜트리(야자수) 우거진 아열대정원, ‘나무터널’ 아래 ‘천국의 계단’, 대나무 우거진 ‘대죽로’, 영국 궁전의 정원을 닮은 ‘비너스가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잔디밭에 조성된 조각공원, 해안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큰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자그마한 교회 ‘명상의 언덕’, 달팽이집 모양의 나선형건물 ‘파라다이스 전망대’, 에게해의 그리스섬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전망대 ‘외도성’ 등등…. 그 이국적 풍물과 자연에 취해 마음이 들뜬다. 아쉬움이라면 유람선 운행시간(해금강 외도 관광 포함 2시간반) 때문에 1시간반∼1시간밖에 머물지 못하는 점.
<글·사진〓거제 외도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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