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1회 동아마라톤대회가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동아마라톤은 시드니올림픽 남녀국가대표 각각 3명씩을 뽑는 선발전을 겸한 대회. 남자는 이봉주와 백승도(한전)가 사실상 티켓을 확보한 가운데 나머지 1장을 놓고 김이용 제인모(이상 상무) 장기식 유영훈(이상 한전) 이성운(건국대) 등이 피나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에 반해 여자는 아직 올림픽 기준 기록인 2시간33분 내에 들어온 선수가 없다.
동계체력훈련을 마치고 마지막 스피드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무 건국대 수자원공사의 훈련현장을 찾았다.》
▼상무▼
김이용 오성근 제인모 이선춘이 있는 군팀 상무는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마라톤 최강팀.
오성근과 제인모는 그동안 이봉주 김이용의 그늘에 묻혀 덜 알려졌지만 향후 한국마라톤을 이끌 차세대 주자. 오성근은 99년 제70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2분F로 2위를 차지한 유망주. 99년11월 올림픽마라톤 제패 기념 서울하프마라톤에서도 1시간06분13초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동안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못하다가 최근에야 본격 훈련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은 완쾌됐다고 보기에는 불안한 게 변수다.
제인모는 ‘제2의 김이용’으로 불린다. 제70회 동아마라톤에서 4위를 기록한 데 이어 그해 가을 조선일보춘천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조일마라톤 우승 이후 오른발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고생했지만 요즘은 다 나아 매일 35㎞를 씽씽 달리고 있다.
상무 오창석 코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상무에서 꼭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올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07분대의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임상규 전 코오롱코치는 “이봉주와 코스게이도 잘 뛰었지만 페이스메이커들이 기가 막히게 잘 끌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단언한다. 30㎞지점까지 매 5㎞를 정확히 15분대로 이끌어줬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의미에서 건국대 마라톤팀은 이번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소금’과 같은 존재. 대학 1, 2학년생들은 아직 뼈가 다 형성되지 않아 풀코스를 뛰기엔 무리. 보통 20∼30㎞를 뛴 뒤 기권하는 게 통례다.
백승도 김이용 제인모 등 기라성 같은 제자를 길러낸 건국대 황규훈감독은 “3학년인 이성운만 풀코스를 뛰게 하고 2학년인 조근형과 이영구는 30㎞지점까지 5㎞를 15분대로 뛰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학년인 민지홍 신영근은 20㎞까지만 뛰게 할 계획.
황감독은 99년 경부역전마라톤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조근형을 “1, 2년 뒤면 큰일을 낼 물건”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수자원공사▼
‘한국여자마라톤의 희망 우리를 지켜보라.’ 한국수자원공사 여자마라톤팀은 겨울 내내 따뜻한 제주에서 소리없이 준비해 왔다.
수자원공사는 맏언니 박고은(24)을 필두로 박현희(23) 김진숙(22) 안종화(21) 4명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팀.
이번 동아마라톤엔 박고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청주 남성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첫발을 내디딘 박고은은 98제주체전에서 20㎞ 우승. 광양하프마라톤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했다. 지구력은 있지만 스피드가 부족한 게 약점. 이번 동아마라톤이 풀코스 도전 세번째다. 일단 이번 동아마라톤에선 올림픽 기준기록인 2시간 33분F 이내로 들어오는 게 목표.
진장옥감독은 제주에서의 지구력훈련을 바탕으로 남은 기간에 스피드를 보완하면 30분대 벽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권은주(23)가 97조선일보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서 세운 한국최고기록 2시간26분12초 돌파는 아직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30분대 벽은 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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