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뜻이 어찌 한결 같지 않은가
어젯밤 동풍이 매화원에 불어
남녘가지 꽃 피고 북녘가진 봉오리 맺혔네.
(南枝先笑 北枝寒)
고승이 읊은 선시(禪詩)인데 마지막 구절의 웃음 ‘소’(笑)에 마음이 끌린다. 매화가지에 사뿐히 내려 않은 봄기운을 미소로 반기는 스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笑’자 자체가 이파리도 없는 마른가지에서 하얀 꽃이 핀 매화나무처럼 보이니 시정에 담긴 오묘함이 더더욱 깊다.
그 새 봄의 신선한 미소를 찾아 어제는 섬진강변의 섬진마을(또는 매화마을·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을 찾았다. 작년 이맘때쯤엔 매화가 만개해 건듯 부는 춘풍에 꽃비되어 날릴 정도였다. 그러나 올 봄은 조금 늦은 편.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압면 매화마을과 섬진교 둔치에서 열리는 ‘광양매화축제’(올해로 네번째)도 지난해(7,8일) 보다 늦춰져 11,12일과 18,19일에 두차례 열린다.
성마른 사람에게 섬진마을은 새봄 맞이에 더 없이 좋다. 백화만발하는 지리산과 그 자락에서 화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아래 둔덕과 산자락에 심어진 매화나무에서 꽃이 만발하면 섬진강 주변은 온통 하얀 매화꽃 구름과 향기에 휩싸인다. 그 꽃무리가 섬진강의 흰 모래 파란 물과 어울린 모습은 선경이다.
섬진마을이 있는 다압면은 강변의 백운산 아래 산자락에 있다. 여기서 매실농사를 짓는 가구는 800여호 중 약 70%정도. 그 중심은 ‘삼박재’라 불리는 자그만 골짜기의 섬진마을이다. 섬진마을의 매실농가는 66가구. 그 중 10여가구는 1930년대 일본서 매화나무 5000주를 가져와 매실농사의 터전을 닦았던 ‘매실할아버지’ 김오천씨(88년 작고)의 후손들이다.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매실 700t중 150t을 생산하고 또 그 만큼을 사들여 갖가지 매실제품을 만들어 내는 청매실농원 주인 홍씨는 바로 김씨의 며느리다.
매실의 수확철은 6월. 홍씨는 아직도 손수 항아리를 이용해 매실제품을 만드는데 올리고당만 넣고 우려낸 매실원액,매실주, 매실장아찌 등 다양하다. 93년부터 매화명소로 알려진 후 수요도 급증, 지난해에는 매출(24억5000만원)이 1년만에 2.8배로 늘었다. 2030개나 되는 항아리를 펼쳐둔 청매실농원은 섬진마을 매화꽃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답사여행▼
서울의 승우여행사(02-720-8311)는 섬진마을로 매화꽃 감상여행을 떠난다. 무박2일(남해 금산의 보리암 해맞이 포함)은 5만5000원(출발 11,13,17,18일). 당일(화개장터 답사포함)은 3만5000원(14,16,18일 출발).
▼찾아가기▼
▽내차로 손수운전〓 △전주∼남원∼구례∼간전교∼다압 △광주∼순천∼광양 옥곡IC(남해고속도로) △부산∼진주∼하동IC(남해고속도로)∼하동읍 ▽항공기〓 △서울↔여수공항 ▽철도(무궁화호)〓 △서울(23:50)→하동(06:04) △부산(21:35)→하동(13:00)
▼문의▼
△청매실농원 0667-772-4066 www.maesil.co.kr △광양매화축제추진위원회(다압면청년회)0667-772-9988 △다압면사무소 0667-797-2607
<광양〓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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