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칼럼]프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운동선수라면 프로가 돼야지.

“프로가 있는 종목이라 해도 아마추어를 좋아하는 선수도 있어.”

―무슨 소리야. 프로는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인기와 명예도 얻을 수 있는데. 또 외국팀에도 진출할 수 있잖아. 국내만 봐도 야구의 이승엽은 3억원, 축구의 최용수는 2억8000만원에 연봉계약을 했어. 정민태는 그보다 많은 3억1000만원에 계약했고. 그뿐인가. 각종 수당과 광고출연 수입도 있지. 대통령도 연봉으로만 보면 1억원이 조금 넘어.

“그야 스타 몇 명에 불과한 얘기지. 프로야구 지난해 평균 연봉은 3750여만원이던데. 또 선수의 평균 활동기간이 얼마나 되겠어. 부상도 문제이고 시즌 내내 이리 저리 이동해야 하는 등 쉬지도 못하잖아. 은퇴 후 직장에 자리가 보장된다면 아마추어가 낫지.”

―프로가 왜 쉬지 못해. 비 시즌은 자유시간이야. 휴식기간에 스타플레이어는 각종 행사에 나가 자신의 몸값을 더 높일 수 있고,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어. 은퇴 후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연구할 수도 있고. 골프 황제 잭 니클로스는 휴식기간에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는 얘기도 있잖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 아니야. 프로가 휴식기간에 어떻게 쉬어. 고교와 대학의 야구선수는 2300여명인데 프로선수는 450명 정도이고, 축구는 4200여명인데 400여명만이 프로야. 1000명중의 1명이 프로가 되는 미국의 프로미식축구보다야 낫지만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쉰다는 게 말이나 돼. 또 구단이나 감독의 주문사항도 있을 테고.”

―말하자면 프로선수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인 듯한데, 생존 경쟁을 위한 훈련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 또 다음 시즌에 더 좋은 모습으로 팬과 만나려는 개인적 욕망도 작용하는 것이고. 누구든 스트레스는 있게 마련이야.

“까놓고 말해 국내 프로선수가 기계나 상품처럼 취급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어. 계약은 준수돼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주장하는 계약의 원천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할 걸.”

―그 문제는 개선될 것이야. 다만 프로선수는 구단의 인적재산이지 소모품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그렇고 자네는 프로와 아마경기가 동시에 열릴 때 설마 아마경기장에 가는 것은 아니겠지.

논쟁이야 어떻든 나는 운동을 사랑하고 또 자질이 있는 선수에게는 프로보다 더 좋은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하며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팬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는가. 시즌 막바지의 프로농구선수,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선수, 씨름선수와 프로골퍼들이여, 윈-윈 전략을 잊지 말라.

윤득헌<논설위원·이학박사>dh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