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은 척수장애인 또 한사람은 뇌성마비 장애인. 이들이 서로 힘을 합쳐 19일 동아마라톤에서 함께 달린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기동이 가능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박성현씨(30). 그리고 심한 운동을 하면 걷기가 힘든 5급 척수장애인 오영진씨(28).
이들의 인연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오씨는 95년 건설현장에서 실족해 철골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히는 중상을 입었다.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진단까지 받았던 오씨는 두차례의 수술과 1년6개월의 입원 치료를 통해 기적처럼 다시 일어섰다. 예전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직장도 잡고, 의욕적인 사회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로부터 뇌성마비 단체인 ‘바롬회’을 알게 됐고, 박씨도 알게 됐다. 자원봉사자로 새 삶을 출발했던 것.
오씨는 박씨를 틈만 나면 찾는다. 박씨는 ‘홀로 서기’ 위해 혼자 생활한다. 오씨는 그런 박씨의 손발 역할을 주저없이 해왔다. 마치 다정한 형제처럼.
오씨는 흔들리는 박씨를 부축하고, 휠체어를 밀면서 함께 마라톤 코스를 달릴 예정.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여의도 한강 둔치로 나가 ‘맹연습’을 해왔다.
그러나 오씨 역시 장애인. 걷거나 가볍게 뛰는 것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심한 운동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오씨는 “사력을 다해 뛰겠다”고 말한다.
박씨도 “비록 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말한다.
이번 동아마라톤에 ‘¤롬회’ 회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10명이 뛴다. 비록 뇌성마비 장애인들이지만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 회원들은 이번 마라톤을 통해 ‘¤롬’을 알리고 자립생활 후원금을 모을 계획도 갖고 있다. ‘¤롬’은 ‘바른 생활’이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삶과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든 단체다.
박씨와 오씨는 어려운 마라톤 레이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장애인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몸으로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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