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길을 달리는 마라토너는 그래서 서로 더욱 정겹다.
19일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제71회 동아마라톤대회에 각 기업체 동아리와 동호인 클럽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경남 창원시 가음정동 소재 위아주식회사(전 기아중공업)는 풀코스 28명을 포함해 126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이들은 수차례의 선발전을 통해 뽑힌 정예 멤버.
지난해 1월 현대그룹과의 통합으로 김평기 현대정공 울산공장 부사장(55)을 새 사장으로 맞으면서 사내 달리기모임이 본격화됐다. 김사장은 문화가 달랐던 두 그룹을 융합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다 마라톤 보급에 나선 것. 사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달리다보면 일체감도 생기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5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안고 있던 위아는 지난해 15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사원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덩달아 즐거운 비명을 지른 것은 회사 인근 스포츠용품 판매점. 1500여명의 사원 전원이 마라톤마니아가 되다 보니 유니폼 운동화 등의 물품이 동나기 일쑤였던 것.
이번 대회에 회원 131명이 참가하는 포항제철도 마찬가지. 주요사업처가 서울 광양 포항 등 세곳으로 분산되어 있어 마라톤대회 참가를 통해 서로 인사도 나누고 정보도 교류해 사내 유대관계를 끈끈히 한다.
서울은행은 끝나지 않은 시련을 마라톤으로 극복하고 있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남상평 본점 여신관리부장(40)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마라톤 모임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순식간에 임원들에게까지 확산됐다. 이번에 참가하는 인원은 모두 55명. 여자중 유일하게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성신 역삼동지점 계장(29)과 부부가 함께 출전하는 양일호 여신관리부 대리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지고, 조직도 건강해진다”며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풀코스 11명, 하프코스 39명 등 모두 50명이 출전하는 한국도로공사 마라톤동호회 페가수스(회장 김용진 재무처장)는 이번 대회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가 바로 경부고속도로 개통 30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
최봉환 관재부장(44·페가수스 부회장)은 “우리는 그야말로 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길을 직접 달려 보면서 국민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호인클럽중에는 일산호수 마라톤클럽(회장 권영후 국정홍보처 과장)이 눈길을 끈다. 98년말 호수공원 주변을 조깅하던 동호인 몇몇이 이심전심으로 모임을 만든 것이 지금은 회원 240명의 큰 동아리가 됐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회원은 풀코스 45명을 포함해 모두 110명. 모임의 권태곤부회장(54)은 “지역 주민들이 모이다 보니 신도시지만 남다른 애향심을 갖게 됐다”며 “회원들이 4월 국제꽃박람회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등 마라톤 모임이 내고장 사랑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영자들이 주축이 된 서울 강남 코오롱 스포렉스 마라톤 동호인회 회원 12명도 락포트사에서 만든 구두를 신고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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