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그 도시의 이름을 딴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라톤대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시는 하나같이 인구가 1000만명을 넘나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대회는 어김없이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며 열린다. 한마디로 대회 당일은 ‘시민축제일’이나 마찬가지. 교통이 전면통제되지만 불평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너도나도 길가에 나와 달리는 이들에게 소리소리 지르며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올해로 104회째를 맞는 보스턴마라톤대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대회다. 국경일인 매년 4월 셋째주 월요일(올 4월17일)에 열린다. 보스턴 외곽의 작은 소읍도시 홉킨턴에서 출발하여 보스턴 시내로 골인한다. 42.195㎞ 풀코스 레이스가 펼져지는 6시간 동안 차량통행이 완전 통제된다.
코스는 퀸시마켓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쇼핑가 극장가 등 도심 곳곳을 지난다. 길가엔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나와 응원을 보낸다. 이중에서도 13.1마일 지점인 웰즐리 콜리지 부근은 시민들의 응원소리가 ‘천둥’ 같기로 유명하다. 마라토너들이 그 곳을 지날 때는 귀마개를 해야 한다고 할 정도.
보스턴마라톤 코스의 최대 재미는 20∼21마일 사이에 잇따라 있는 3개의 ‘심장 파열 언덕’. 평소 자동차를 타고 무심히 순식간에 지나던 그 길을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그 맛은 뛰는 사람들만이 안다.런던마라톤의 출발점은 국제표준시로 유명한 그리니치 천문대 인근공원. 서울로 치면 성남시 정도의 외곽이다. 지난해엔 4만3000여명이 참가해 풀코스를 뛰었다. 골인지점은 버킹엄궁전 앞. 서울의 광화문 한복판이나 같다. 코스 주변엔 세계적 관광지로도 유명한 트라팔가 광장, 피카딜리극장가, 의사당, 대영박물관, 런던탑 등이 있다. 한마디로 도심 곳곳을 돌고 돈다.
연도의 응원시민은 보통 60만명으로 추산된다. 42.195㎞ 전코스는 양쪽길이 철망으로 막혀 있다. 도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려면 지하도를 통해야 갈 수 있다. 도로는 반쪽 차선을 5시간30분 동안 통제한다.
뉴욕마라톤은 한마디로 가장 규모가 큰 국제마라톤대회. 연도의 시민들만 300만명에 이른다. 출발은 외곽인 스테이튼 섬. 브루클린 4번가 쇼핑 5번가를 거쳐 도시 한복판의 센트럴 파크로 골인한다. 교통통제는 무려 10시간. 이날 하루 마라톤코스는 완전히 차 없는 길이다.
그렇다. 올림픽을 치른 도시 중 마라톤대회가 없는 도시는 거의 없다. 코스는 하나같이 도심을 통과한다. 시민들은 그 날 ‘비오는 날 맨발로 걷는 기분’과 똑같은 해방감을 느낀다.
그동안 올림픽을 치른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변변한 마라톤대회 하나 없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각박하게 살아온 탓에 너무 ‘생산성’만 따져 오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한다. 차 없는 광화문 네거리의 그 수많은 인파, 종로통을 꽉 메운 시민들, 88올림픽의 주무대 잠실경기장에 다시 모인 시민들.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타는 목마름으로’ 광화문네거리와 종로통을 메웠던 ‘그 흩어진 100만 인파’들이 해마다 3월에 다시 모여 새천년의 희망을 가꾸는 것. 바로 이것이 서울에서 새 장을 여는 동아국제마라톤의 메시지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