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마라토너에게 접근하면 뒤에 타고 있던 카메라맨이 가장 가까이에서 건각들의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을 담아낸다. 김씨의 오토바이 운전기술에 마라톤중계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
마라톤 중계의 최전선에 서온 그는 지난해 7월 오토바이를 다시는 타지 못할 뻔한 사고를 당했다. 북한산을 등반하다 추락해 오른쪽 다리가 엉망으로 부서졌고, 왼쪽 어깨뼈가 짓이겨졌다. 그는 혼절했다. 동료들이 즉시 구급용 헬리콥터를 불렀고, 세차례에 걸쳐 200여 바늘을 꿰매고서야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일어서야 선수들이 내뿜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나는 10년 동안 그 거친 호흡을 들으며 ‘회춘’해 왔어요. 하하핫!”
동아마라톤 중계를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오토바이 숍의 문을 잠시 닫기도 했다. 중계를 마치고 오토바이에서 내린 그는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렸다.
KBS 중계팀은 “김사장님, 괜찮아요?”를 연발했다. 전통의 동아마라톤이 배출한 또 하나의 걸출한 ‘마라토너’인 그는 “내일 물리치료 받으면 멀쩡해질 거요. 내년에 봅시다”며 다시 ‘애마’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한편 동아마라톤 주관 방송사인 KBS는 각종 첨단 장비를 투입해 도심에서 출발하는 첫 국제 규모 마라톤대회를 생생하게 안방에 전달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100여명의 중계 인력과 헬리콥터 2대, 중계차 6대, 라디오 중계를 위한 ‘FM카’ 1대와 총 24대의 카메라는 건각들의 역주를 때로는 장엄한 파노라마로, 때로는 거친 숨소리까지 잡아내는 섬세함으로 전해 스포츠 중계의 백미를 보여주었다.
<특별취재반>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