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개최된 동아마라톤은 연도에서 박수를 보내준 수많은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과 협조가 함께 어우러져 빚어낸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이날 시민들은 마라톤 출발시각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연도에 나와 참가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특히 선수행렬이 지나는 동안 긴 시간의 교통통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불편을 감내하며 역대 어느 대회보다 수준 높은 질서의식으로 대회의 또 다른 ‘주역’을 맡아 세계에 ‘마라톤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과시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경기 시작 전부터 연도에 몰려든 가족 단위의 시민들은 태극기와 대회기를 흔들며 한명 한명의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힘찬 격려의 함성과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응원을 하러 나온 이상일씨(49·초등교 교사)는 “열심히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용기와 인내심을 배울 것 같아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며 “내년에는 아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완수씨(41·회사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중인 두 아들과 함께 탬버린과 작은북까지 동원해 선수들의 힘을 북돋우며 비디오카메라로 역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김씨는 “런던 보스턴대회 등 세계 유수의 마라톤대회가 도심에서 열리는 것을 보고 내심 부러웠는데 동아마라톤대회가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의 환호 속에 개최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각종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의 이색적인 응원전도 흥을 돋우는 눈요깃거리.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현대백화점 마라톤 동호회 직원 60여명은 대형 플래카드와 함께 호각을 불며 대회에 참가한 동료 장현수씨(32)를 응원하는 등 각종 소도구를 동원한 응원전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수준 높은 질서의식이 돋보였다. 대회진행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내 곳곳의 차로가 통제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은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V자를 만들며 환호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 막바지 결승선으로 선수들이 들어올 때 응원객들이 우르르 몰려나가는 눈에 거슬리는 모습도 이번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슴 뭉클한 풍경도 연출됐다.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이용해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 김모씨(32)가 39km지점인 석촌호수 부근에서 탈진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아주머니가 1km가량을 옆에서 응원하며 함께 달려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터지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마스터스 부문 풀코스를 완주한 미국인 마크 커리(33·영어학원강사)는 “생각만큼 춥지도 않고 연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힘찬 응원으로 환호해 줘 즐겁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아낌없는 협조를 보내 준 서울시민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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