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한마디로 한국마라톤의 대도약을 알리는 축제 한마당으로 손색이 없었다.
광화문에서 잠실 주경기장까지 넓은 대로를 달리는 엘리트 선수와 8500여명의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누구나 당장 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훌륭한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에 전혀 뜻밖의 역주로 우승을 차지한 정남균(한국체대)의 등장은 큰 수확이었다.
정남균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역주하는 모습을 보니 몇가지 점만 보완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자질을 갖춘 선수임을 알 수 있었다. 정남균은 체격과 뛰는 자세가 아주 좋았다.일단 기본기가 착실하게 갖춰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 구간 기록이 세계기록보다 9초나 앞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초반 레이스에서 정남균은 아벨 안톤, 키프로프, 김이용 등 세계 톱클래스의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스피드를 보였다.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정남균이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록을 조금 더 향상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림픽은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지만 평소 훈련 때 2시간10분대를 유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만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막판 스퍼트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남균은 ‘자신의 다리가 국민의 다리’라는 각오로 올림픽 때까지 이번 대회 우승의 감을 유지하면서 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레이스에서 아쉬웠던 점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회 우승자인 아벨 안톤과 2시간06분47초의 기록을 가진 키프로프가 초반의 스피드를 유지하지 못하고 25㎞를 넘어서면서 선두권에서 멀어진 것이다. 이들이 좀 더 분발해 주었다면 보다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김이용이 컨디션 난조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안타까웠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