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국내 첫 대회로 열린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세계의 건각은 물론 온 국민이 함께 달린 ‘마라톤 축제’.
엘리트 부문이 ‘샛별’ 정남균의 스타 탄생 무대였다면 마스터스는 ‘봉달이’ 이봉주(30·무소속)의 하프코스 참가로 대회 열기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는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마라톤의 최고 스타. 지난달 13일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풀코스 한국 최고기록을 경신(2시간07분20초)했던 그는 하프코스(1시간01분04초·92도쿄하프마라톤)와 국내대회 풀코스 최고기록(2시간08분26초·96동아경주국제마라톤)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전관왕’이다.
도쿄대회 한국 최고기록 경신으로 2000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이미 획득한 그는 마라톤 붐 조성과 저변확대를 위해 이번 대회에 마스터스로 참가해달라는 동아서울국제마라톤 조직위원회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동갑내기 친구인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지난해 경주에서 마스터스 풀코스에 참가한 데 이은 두 번째 이벤트. 3년여의 은퇴공백으로 풀코스를 완주하는 데 치중했던 황영조에 비하면 현역선수인 이봉주는 여유 그 자체였다.
이봉주는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연호에 일일이 손을 들어 답례하는가 하면 마스터스 참가자들에겐 호흡법과 발을 내딛는 방법 등 ‘마라톤 강의’까지 해주는 모습. 같이 뛰던 장영기씨(34·하남육상협회 전무)가 시계를 떨어뜨리자 뒤로 50여m를 달려가 주워주며 등을 두드렸다.
이날 이봉주는 평소 훈련 때와 같은 5㎞를 18분에 뛰는 ‘편안한 속도’로 달렸지만 일반인으로선 그를 따라오기 힘든 게 사실. 레이스 초반 10여명이 무리를 지어 달리던 ‘이봉주 그룹’은 하나둘 이탈해나가기 시작했고 10㎞ 지점인 쌍용정유 능동주유소 부근에 왔을 때는 여자선수인 정성옥(24·구미시청)을 포함해 3, 4명만이 남은 상태.
이봉주는 15㎞지점인 잠실 주공아파트 앞을 통과할 때 갑자기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해 1등 욕심을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같이 코오롱을 떠났던 동료선수 오정희(22·무소속)가 500여m 앞에 보이자 달려가 앞에서 끌어주는 뜨거운 동료애를 발휘하기도 했다.
“풀코스 완주만 23번을 했어요. 모처럼 부담없이 달리니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올림픽에 정진하기 위해 4월로 예정된 보스턴대회 불참선언을 한 뒤 때 아닌 ‘은퇴설’에 시달렸던 이봉주는 “이번 대회 참가로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상큼한 스타트를 끊었다”며 즐거워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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