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3월 29일∼6월 7일)로 내친 발걸음, 호남사림(士林)의 중심인 소쇄원(瀟灑園·남면 지곡리)까지 옮겨 보자. ‘무릉도원’이 예가 아닌가 할 만큼 아름다운 조선의 전통 원림(園林·인공의 정원과 달리 꾸미되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의 정원)을 만난다.
대잎이 바람에 서로 부딪쳐 내는 소리가 마치 계류의 물소리 같다. 울창한 대숲을 지나니 자그마한 계곡이 펼쳐진다. 축석 위에 사뿐 내려앉은 정자 3채와 외나무다리, 얕은 담장…. 소쇄공 양산보(1503∼1557년·중종 때)가 지은 소쇄원이다.
“계곡물이 담장을 통해 흘러 들어와서 물소리도 시원스럽게 돌아 내린다. 그 위에는 자그마한 외나무다리가 걸려 있다. 물소리가 거문고 퉁기는 소리처럼 영롱하다. 조담(바위) 위에는 노송이 마치 너부죽한 덮개처럼 담장을 가로질러 누워있다. 조그만 폭포 서쪽에는 작은 집 한 채(광풍각)가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그림배 같다. 내가 구경한 바 산뜻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이 없다.”(남성숙의 책 ‘광주를 만나면 길이 보인다’에서 발췌)
제봉 고경명이 1574년 4월 쓴 글이다. 426년전 기록이지만 지금도 모습은 그대로다. 소쇄란 ‘기운이 맑고 깨끗함’을 뜻한다. 이름을 닮은 것은 그 모습만이 아니다. 정자의 주인과 객, 그들의 인품 또한 닮았다. 양산보는 스승 조광조가 훈구파 대신에게 몰려 사약을 받자(기묘사화) 벼슬을 던지고 이곳에 왔다. 소쇄원을 짓자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 당시의 쟁쟁한 학자들이 찾아 들었다. 대개가 처사(벼슬을 마다한 선비)였던 이들은 여기서 교유하며 토론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나라의 기틀을 다질 재목을 키워 냈다. 현재는 소쇄공의 15대손이 지키고 있다.
△택시〓광주 광천터미널에서 1만5000∼2만원(거리 20㎞) △손수운전자〓호남고속도로 동광주 출구∼국도 15호, 지방도 60호선∼고서사거리(우회전)∼지방도 887호선.
금호화순리조트(전남 화순군 북면)에는 노천탕 사우나 수영장을 갖춘 온천워터파크도 있다.광주(역,광천터미널)↔리조트셔틀버스운행. 0612-370-5000 www.kumhoresort.co.kr
<글·사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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