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나 근성도 만만찮아. 이러다 일본에 뒤지는 거 아니야?”
26일까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이틀간 열린 ‘2002 월드컵공동개최 기념 KIKA컵 2000 한일소년축구대회’(동아일보사·일본 아사히신문사 공동주최).
한국 유소년축구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선 채 진지한 토론을 거듭했다.
승패를 떠나 한일 유소년축구간의 기량 차가 뚜렷이 드러났기 때문.
최경돈 창원 상남초등학교 감독은 “일본 선수들의 드리블이나 패스 연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반면 한국 선수들은 미리 정한 약속에 억지로 꿰맞추듯 딱딱했다”고 말했다.
사와노 일본 시미즈클럽 감독은 “스피드와 정신력이 좋다”는 칭찬과 함께 “한국 선수들이 경기 중 자꾸 감독의 지시를 기다리거나 얼굴빛을 살피는 기미가 보였다”며 ‘타율 축구’의 문제점을 넌지시 암시했다.
화제는 자연히 ‘왜 그럴까’로 모아졌다. 한국 유소년축구관계자들은 저마다 승패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학원축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초등학교 감독은 “부모들이 고학년이 되면 축구를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합숙 전지훈련 등으로 대변되는 ‘모 아니면 도’식의 한국 축구 교육의 현주소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축구팀에서 운영하는 클럽팀의 경우 정부에서 정한 불합리한 드래프트제 때문에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일본 선수단 임원 및 감독 코치들은 한 쪽에서 “한국축구의 조직력이나 문전 처리능력을 배워야 한다”며 장단점 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김휘 한국초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은 “한일 양국 유소년축구 지도자들이 매년 이 대회를 통해 서로 배울 것은 배우고 고칠 것은 고쳐 나가면 양국의 세계 축구 정상은 머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