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4월16일 로테르담마라톤에 나가 이봉주(2시간07분20초)와 백승도(2시간08분49초)의 기록을 깨고 2000시드니올림픽행 티켓을 따겠다던 국가대표 형재영(조폐공사)이 돌연 9일 열리는 제1회 전주-군산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딱 한가지. 지난달 19일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정남균(한국체대)의 우승기록(2시간11분29초)을 앞질러 올림픽티켓을 따겠다는 것이다.
이는 로테르담마라톤에서 이봉주와 백승도의 기록을 능가하는 것보다 국내대회에 나가 후배인 정남균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 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본 육상관계자들은 “동아마라톤에는 김이용에게 질 것 같자 출전을 포기하고 로테르담으로 간다고 하더니…”라며 혀를 차고 있다.
그 누가 올림픽티켓을 따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그 과정은 정정당당해야 한다. 올 동아마라톤에서는 안톤, 키프로프, 김이용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무서워 ‘꼬리’를 빼더니 이제 한국마라톤의 기대주로 떠오른 후배를 제치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무리 봐도 떳떳하지 못하다. 더구나 로테르담대회에 출전신청을 한 뒤 언론에 공식발표까지 했다. 국제 신의는 어떻게 하고, 또 그런 정신으로 올림픽에 간들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육상연맹도 문제다. 올림픽 선발 규정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10월이고 전주-군산 마라톤이 승인된 것은 3개월 후인 올 1월이다. 선발규정을 확정할 때 없었던 대회를 선발전에 포함시킨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어긋난다. 특히 한번도 치러지지 않아 검증되지 않은 대회를 어떻게 국가대표선발전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 게다가 서울국제여자역전마라톤대회와 같은 날 동시에 치르는 경우가 또 어디 있는가. 육상연맹 중앙심판이 서울역전대회엔 120명이 나서는 반면 전주-군산대회엔 공식대회라 할 수 없을 정도인 7명만이 나선다. 올 동아마라톤엔 중앙심판이 200여명이나 투입된 바 있다. 한마디로 연맹이 전주-군산마라톤대회를 특정지역의 행사정도로 여기면서 여기서 국가대표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분명히 외압과 내부갈등의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육상연맹 이사회의 이사 25명 중에는 마라톤선수 출신이 13명이나 된다. 그러나 마라톤 행정은 하나같이 ‘갈지자걸음’이다.
그나마 한국마라톤이 이 정도 유지되는 것은 황영조 이봉주 김이용 정남균으로 이어지는 선수들의 공이지 결코 연맹의 공은 아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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