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조계현을 지켜봐야 할 이유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프로야구는 흔히 ‘인생’에 비유된다.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세상.‘국보급 투수’ 선동렬조차 일본진출 직후인 96년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이게 바로 프로야구다.

이런 점에서 한화 장종훈의 훈련생 신화나 ‘불사조’ 박철순이 40대까지 재기 몸부림을 한 것은 야구팬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쌍방울의 공중분해에 이은 신생팀 SK의 창단과 선수협 파동이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새 천년 프로야구의 개막일에도 인생유전의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지난 겨울 은퇴 위기에 까지 몰렸던 두산의 36세 노장투수 조계현.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와 연세대를 거쳐 해태의 전성기를 열었던 그는 지난해 삼성에서 12경기에 나가 3패에 평균자책 11.51을 기록해 ‘끝장난 투수’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그가 올초 두산으로 이적한 뒤 “패전처리라도 상관없다.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대로 수행하겠다”며 ‘백의종군’의 각오를 보일 때만 해도 개막전 선발투수까지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조계현의 재기에는 해태 시절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두산 김인식감독의 탁월한 용병술과 지난 겨울 일본으로 건너가 웨이트 트레이닝법을 새로이 전수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싸움닭’으로까지 불렸던 공끝의 위력보다는 8색 변화구에 의존하는 조계현은 넓은 잠실구장에 보다 편안함을 느낄 것이고 한번 죽었다 살아난 경험으로 자기 관리에 보다 철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산 116승 투수의 화려한 재기는 삼성 이승엽의 홈런, 장종훈의 갖가지 기록도전 못지 않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