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 야구선수’로 유명한 미국 프로야구의 켄 그리피 시니어(50)와 켄 그리피 주니어(30). 한 명은 신시내티 레즈의 코치, 또 한 명은 메이저리그 슈퍼스타이자 신시내티의 간판타자다.
11일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 그리피 주니어는 4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1점홈런을 뽑아냈다. 개인통산 400호 홈런. 이날 50회 생일을 맞은 아버지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포였다. 그리피 주니어가 아버지의 생일에 홈런을 친 것은 이번이 벌써 4번째.
그리피 주니어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홈런을 치는 것은 말이죠, 선물을 사지 않고 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며 빙긋이 웃었다.
“399호 홈런공은 어머니께 드렸으니까 400호 홈런볼의 주인은 아버지죠. 아주 특별한 순간에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홈런을 친 게 자랑스럽습니다.” 켄 그리피 주니어는 미국 프로야구팬에게 ‘가장 사랑하는 선수’로 통한다. ‘운동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끈한 장타력과 환상적인 외야수비, 빠른 발과 야구센스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을 완벽하게 갖췄을 뿐만 아니라 다정다감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팬을 사로잡는다. 10년 연속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힌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개인통산 400홈런은 미국 프로야구에서 30번째지만 그리피 주니어(30세141일)는 지미 폭스(30세248일)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적은 나이에 이를 돌파했다. 현역선수중 400홈런을 돌파한 선수는 마크 맥과이어(525개) 배리 본즈(447개) 호세 칸세코(431개) 칼 립켄 주니어(403개) 등 불과 5명뿐.
87년 신인 1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뽑힌 그리피 주니어는 2년간 마이너리그 경험을 쌓은 뒤 89년부터 빅리그에 입문, 화려한 ‘성공시대’를 열었다. 11년 동안 시애틀의 간판스타로 활약했으나 지난해 트레이드를 요구, 어린 시절 야구를 배운 신시내티로 자리를 옮겼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