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선수 드래프트 신청 마감일인 12일 드래프트 참가 공탁금을 걸기 위해 대한배구협회를 찾은 실업배구 관계자들은 '기가 막혀' 할말을 잊었다. 협회측이 이때까지도 드래프트규약을 확정하지 않아 돈을 내놓으면서도 계약내용이 어떤 것인지조차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
대졸 선수 드래프트는 지난해 이후 배구계의 발목을 잡아온 최대 현안. 이 문제로 국내 배구계는 1년 이상 '진흙탕 싸움'을 벌여 왔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배구협회는 실업, 대학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했지 정작 드래프트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규약문제 등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결국 실업팀들은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거부할 경우 제재 조항과 계약 기간, 연봉 체결은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참가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협회는 선수들로부터 드래프트 참가신청서를 받으며 선수 본인의 동의서만 받아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 선수에 대한 권리는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학교와 부모들도 함께 갖는 것이 관례. 하지만 배구 드래프트에서는 신청 이후 모든 권리가 드래프트 참가팀에 귀속된다. 드래프트제를 시행하고 있는 타종목의 경우 참가 신청 전 선수와 부모, 학교 3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는 제도적인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업측은 그동안 드래프트 금액에 불만이 많은 대학측이 드래프트로 선수들의 소속팀이 결정된 뒤 뒤늦게 이적동의서를 미끼로 이면계약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왜 이 같은 불신을 낳았는가. 국내 배구의 인기가 어느 순간 나락에 빠진 것이 과연 무엇때문인지 정말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