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붐닷컴으로 오신 분들 모이세요!”
안내자가 이끄는 대로 그들은 주유소 앞에 세워져 있던 35인승 버스에 올랐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차가 가는 동안 풀어졌다. 버스가 충북 충주 월악산 용하구곡에 도착한 10시경에는 ‘3시간 동안 사귄 사람’만큼 친해졌다.
이날 그들은 충북 충주 월악산 용하구곡을 따라 12km거리를 5시간 동안 트레킹하며 자연의 봄을 즐겼다.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꽃냉이 애기똥풀 할미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에서 자연과 함께 했다. 근처 식당에서 막걸리파티를 열고 서울에 도착한 게 밤 9시. 이날 그들이 여행경비로 지출한 돈은 ‘0원’.
이들이 무료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덕분. 무료회원제 사이트인 ‘티붐닷컴’(www.tboom.com)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월 3, 4회 무료 답사여행을 실시하고 회원은 도시락만 준비하면 누구나 이 여행에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이 이 사이트 첫 화면에 걸려 있는 현대자동차 하이트맥주 조흥은행 등의 배너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50∼100원씩 자기 이름으로 적립된다. 이 돈을 이용해 동호회 회원들만 따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항공권이나 숙박권을 살 수도 있다. 이 때 적립되는 금액은 광고주가 지불하는 광고료 전액.
성균관대 사학과 출신들이 모여 만든 ‘여행이야기’(www.travelstory.co.kr)도 매달 두 차례 고궁과 박물관을 돌며 전문강사가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700원짜리 역사기행’을 열고 있다. 입장료만 700원만 들고 오면 역사강의를 무료로 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시작한 이래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는 정원을 40명으로 제한했으나 최근 60명으로 정원을 늘리고 강사도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트래블OK’(travelok.okcashbag.com)는 회원에 가입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200명에게 서울-제주 무료항공권, 40명에게 정동진여행상품, 40명에게는 해금강무료여행상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 중.
하루 수천만 페이지뷰(네티즌들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들쳐보는 페이지의 수)를 기록하는 모 검색엔진의 경우.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배너광고가 걸려 있지만 이 배너광고를 클릭해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는 네티즌은 1000명 중 한 명 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너광고를 하는 데 드는 광고 제작비 인건비 광고료 등을 따져보면 네티즌이 배너 광고를 한 번 클릭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000원 꼴.
그런데 T붐닷컴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네티즌을 위해 돈을 뿌리지 말고, 확실하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광고비의 20분의 1값인 건당 100원을 달라”며 광고주들을 설득했다. 이 광고수익으로 회원들이 ‘공짜여행’을 가는 것이다.
공짜여행은 T붐닷컴이 온라인 숙박대행과 비행기표 역경매 등에 나서는 전초작업으로 회원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이다.
여행이야기의 700원짜리 역사기행도 ‘눈에 확 띄는’ 이벤트를 통해 회사를 알린 뒤 기타 수익이 남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 트래블OK의 행사는 인터넷분야에서는 다소 ‘전통적인’ 경품행사이다.
주요 쇼핑몰이나 경매 및 복권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이나 각종 이벤트 행사때마다 회원들에게 사이버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사이버머니, 마일리지제는 그 자체가 돈이 된다기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적 의미가 더 깊었다.
“마일리지는 그동안 고객을 끌어들이되, 실제로는 돈을 주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일정 액수가 차기 전에는 쓸 수 없었으며 마일리지를 걸고 하는 내기 게임 등을 통해 빼앗기는 개념이었다.” 창업투자회사 드림디스커버리의 김정국이사의 말.
그러나 영악해지는 네티즌 소비자들은 ‘2000만원을 써야 10만원정도 돌려받을 수 있거나 1만번을 클릭해야 10만원을 쓸 수 있는 마일리지’보다는 완전 무료이거나 쌓이는 족족 돈이 되는 포인트를 선호하는 추세. 당첨 확률이 적은 경품보다는 적은 액수라도 족족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쓸 수 있기를 원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업체입장에서도 여행 자동차 식도락 등 기호가 비슷한 사람의 모임을 대상으로 광고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타겟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이처럼 광고료 전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거나 ‘적자행사’를 통해 PR을 하는 방식의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남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즐길수 있는 분야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