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가 부진한 성적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해준 말이다.
확실히 박찬호에게 올해부터 여유가 느껴진다. 데뷔 첫해인 94년 긴장 두려움 생소함 속에 말도 잘 안 통해 당혹스러워하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슈퍼스타 케빈 브라운, 돌아온 노장 터줏대감 허샤이저와 운동장 안팎에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박찬호가 이젠 정신적인 면에서도 여유가 생겨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쾌조의 2연승을 거뒀던 그가 17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패를 당했지만 투구 내용은 올 들어 가장 좋았다.
특히 켄 그리피 주니어에게 첫 타석 안타를 내줬지만 이후 세 타석을 연속 범타로 처리한 장면은 좌타석에서 슈퍼스타를 만나면 도망가듯 하던 예전의 투구 패턴을 완전히 탈피한 모습이었다.
그리피를 필두로 연속 5명의 좌타자가 들어섰으나 터커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 외에 더 이상 ‘좌타자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17일 경기에서 그는 효과적인 체인지업과 커브볼의 속도, 각도조절, 솟아오르는 속구 등이 지난해보다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그런 기대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 입단할 때부터 줄곧 듣는 소리가 있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사랑하라”는 것이다.
3월 스프링캠프때부터 17일 세번째 등판까지 이제 박찬호가 조금씩이나마 여유를 갖고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음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허구연〈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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