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19일자에 소개한 말러 러년(31)이라는 이 여성은 트랙이나 결승점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쁜 ‘법적 장님’. 그러나 지난해 열린 미국선수권대회 7종경기에서 4위, 범미주대회 1위, 세비야 세계선수권대회 10위에 오를 정도로 재능을 보여 7월로 예정된 미국 육상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 이 대회에서 출전권을 따내면 미국 올림픽참가 사상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이 대표팀에 선발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러년이 선발전에서 도전하는 종목은 800m,1500m,5000m 등 중장거리. 지난해부터 연습을 시작한 1500m에서는 4분5초27의 개인 최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러년이 시력을 잃기 시작한 것은 9세 때부터. 14세 때는 축구공을 쫓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지만 발걸음 수를 계산해 도약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식으로 시력장애를 극복하며 운동을 계속해 96년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 여자 7종 경기에서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800m에서 수립한 2분4초70은 미국 신기록.
러년은 “지금까지 시력만 좋았다면 기록을 단축했을 것이란 얘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내가 미국 신기록을 수립한다면 장애인 운동선수가 아닌 운동선수 중 시력에 문제가 있는 선수가 신기록을 수립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