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이회택감독(54). 70년대 한국축구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으나 ‘튀는’ 기질로 숱한 일화를 만들었던 불세출의 스타다.
보스 기질이 있어 후배를 줄줄이 거느리고 다녔고 아무리 이름있는 지도자라도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아예 볼을 차지 않았다. ‘그라운드의 풍운아’라는 별명도 이러한 ‘괴팍한 천재’다운 행동 때문.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뒤에도 포항 감독 때에는 ‘자율축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의 자유를 한껏 보장하는 독특한 지도 방법으로 92년 프로축구에서 우승을 이뤄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런 그도 5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모범적인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갖춰가고 있다.
2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00대한화재컵 조별리그 준결승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 때에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 몰라하고 노상래가 연장전 끝에 골든골을 넣자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요즘에야 진정한 축구의 묘미를 느낀다”는 이감독은 “선수들이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공만 차면 좋겠다”며 아버지 같은 자상함을 보였다.
<광양〓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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