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국가대표 사칭 사기행각 "골머리"

  • 입력 2000년 5월 16일 12시 30분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젊은 여성에게 접근, 성관계를 갖는가 하면 병원에서도 아예 '공짜' 치료를 받는 등 축구 국가대표를 사칭한 사기행각이 잇따르고 있어 대한축구협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구협회는 최근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20대 여성으로 짐작되는 이 여자는 국가대표 C선수에 대해 '키가 얼마냐', '얼굴 생김새는 어떻느냐', '머리 스타일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친절하게 답해주던 직원의 귀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대성통곡으로 이어졌다.

여자를 다독거려 겨우 진정시킨 이 직원은 자초지종을 다 듣지는 못했지만 "C선수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에게 당했다"는 말은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지난 달 10일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H병원을 찾았던 국가대표선수단도 황당한 꼴을 당했다.

병원으로부터 "국가대표 L선수가 부상을 치료하고 더군다나 이틀동안 입원까지 했는데 왜 선수단에서 치료비를 지불하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은 것이다.

선수단은 당사자인 L선수를 불러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드러났고 병원 관계자들도 치료받은 사람과 L선수의 인상착의가 같지 않다고 인정, 일단 누군가의 사기행각으로 결론내렸다.

또 한-일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린 지난 4월26일에도 서울 시내 모병원에서 사기행각이 있었다.

국가대표 유니폼까지 버젓이 입고 C선수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나 고통을 호소, 응급치료를 해 주었으나 협회에 확인한 결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두 병원에 기록돼 있는 선수의 이름은 다르지만 주민등록번호가 같다는 사실에 착안, 동일인일 것으로 예상하며 주의를 촉구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사기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지혜롭게 대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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