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20승은 '꿈의 기록'이다. 하물며 30승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에선 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가 전무후무한 30승(16패 6세이브)을 기록한 적이 있다.당시 그의 투구이닝은 무려 427과 3분의1이닝.
투수들에 대한 역할분담과 어깨보호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현대야구에선 있을 수 없는 일.
한데 메이저리그에서 87년만에 30승에 도전하고 있는 두 명의 투수가 있다. 김병현이 뛰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37)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29).
당대 최고의 투수들이라 할 만한 둘은 나란히 7승1패(승률 0.875)로 각각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다승 선두에 올라 있다.
과연 30승이 가능한가. 부상없이 시즌끝까지 현재의 페이스를 지킨다 는 전제조건아래 한번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4월 한달간 6전승을 따낸 존슨은 9경기에서 7승을 거뒀다.지난해 성적은 35경기에서 17승9패.지난해와 비슷한 36경기에 나간다고 할때 현재의 승률이라면 28승(4패)이 예상성적.30승에 2승이 모자라지만 패수를 줄이면 30승에 도달할 수도 있다.
마르티네스는 지난해에도 30승의 꿈을 부풀린 적이 있다. 전반기까지 18경기에서 15승3패로 팬들을 흥분시켰지만 올스타전에서 어깨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후반기에 13경기(8승1패)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시즌 성적은 8경기에서 7승1패. 36경기를 기준으로 본다면 32승까지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부상이 없어야 하고 팀타선도 도와줘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수치상으론 30승이 '절대불가'는 아니란 얘기다.
메이저리그에선 역대 한시즌 30승이 15차례 기록된 적이 있다.키드 니콜슨(보스턴)이란 투수는 1891년부터 1898년까지 무려 7차례나 30승에 올랐었다.87년전인 1913년 월터 존슨(워싱턴)이 해낸 게 가장 최근의 기록. 하지만 이는 모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에 나온 것들.
현대야구에서도 과연 30승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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