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시드니올림픽 야구대표팀 선발위원회가 열렸다. 계속되는 난상토론.
이승엽은 울며 겨자먹기로 드림팀에 합류시키지만 임창용은 줄 수 없다는 삼성, 진필중은 몰라도 홍성흔은 안된다는 두산, 정민태는 보내도 박재홍은 뺏길 수 없다는 현대가 나머지 5개 구단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막무가내 '구단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일 수만도 없는 일. 8월은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순위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즌 막판. 5월 사장단 간담회에선 '특정팀에 불이익이 없도록 선수를 선발한다'는 합의까지 했다.
결국 삼성은 김동수를, 두산은 김동주를, 현대는 김수경을 팀에 잔류시키는 조건으로 드림팀 구성에 합의한다.
9월말.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드림팀Ⅲ. 해태 김응룡감독은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의 부푼 꿈을 안고 시드니로 진격했으나 결과는 무참한 패배.
메이저리그 은퇴 선수를 대거 출전시킨 미국을 비롯해 퍼시픽리그 선수가 주축이 된 일본, 현역 메이저리거 4명이 모두 출전한 홈팀 호주, 그리고 '붉은 악마' 쿠바의 벽을 넘기엔 '반쪽 드림팀'으론 애당초 무리였다.
이것은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 특급스타가 대부분 빠진 국내 프로야구는 올림픽의 그늘에 가려 '파리'만 날렸다. 3만500석의 잠실구장에 관중이라곤 팀 관계자의 일가친척 200여명뿐.
대표선수의 20일간 차출로 각종 개인 타이틀은 외국인선수의 잔치가 돼 버렸다. 이는 내년 시즌 관중 동원에도 큰 부담이 되는 악재중의 악재. 자성론은 곧 인책론으로 이어지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친다.
나만의 악몽일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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