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야구에 빠진 대전아줌마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프로야구 한화 선수들은 최근 한 열성팬으로부터 두툼한 '팬레터'를 받고 감격했다.

팬레터의 주인공은 프로야구를 보며 꿈을 키우는 초등학생도 총각 선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여대생도 아니었다. 바로 프로야구의 '사각 지대'로 불리는 중년 주부층의 한 사람이었다.

30년이 넘게 야구장을 찾았다는 박은주씨(46). 대전에 살면서 86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창단때부터 15년 동안 홈경기를 한번도 빼지 않고 봤다는 열성팬이다.

이 '아줌마 팬'은 지난해 우승팀 한화가 올시즌 초부터 부진하자 격려 편지를 보냈다.

중편소설 분량인 A4용지 41장에 빼곡이 적은 것은 다름아닌 그의 일기. 지난 시즌 한화 경기를 보고 매일매일 적어 놓은 관전평과 소감이 그 내용이다.

'10월29일 밤 9시55분. 나는 미친 사람처럼 날뛰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어디에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누구와? 어머니 그리고 아주 많은 한화팬들과.'

한화가 지난 시즌 우승할 때 박씨가 쓴 일기의 한 토막이다.

박씨는 공주에서 여고를 다니던 30년전인 1970년 5월 동아일보 주최 실업야구대회 제일은행과 상업은행경기의 라디오 중계를 듣다가 '골수 야구팬'이 됐단다. 박씨는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보낸다"고 말했다.

<청주〓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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