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역전 만루포 '그랜드슬램'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48분


‘그랜드 슬램.’

타자들이 가장 짜릿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 그것은 바로 누상에 주자를 꽉 채워두고 담을 넘기는 만루홈런이다. 더구나 승부를 한순간에 뒤집는 역전홈런이라면 기쁨은 당연히 두 배.

삼성 ‘라이온 킹’ 이승엽(24)이 짜릿한 역전 만루포를 터뜨렸다.

2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롯데전. 6회까지 롯데 에밀리아노 기론에게 5안타만 뽑으며 1-2로 끌려가던 삼성은 ‘럭키 세븐 이닝’인 7회 찬스를 잡았다. 7회는 투수의 피로도가 정점에 달하는 시점.

기론이 2사 1루에서 삼성 1번 김종훈과 2번 신동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자 롯데 벤치는 이승엽을 의식해 왼손 가득염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이승엽은 왼손투수의 공을 더 잘 때리는 타자.

자신이 찬스에서 타석에 설 때마다 상대팀에서 왼손투수를 올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좌완에 적응이 됐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를 증명하듯 이승엽은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에서 가득염의 2구째를 통타, 오른쪽 담을 넘기는 장외 ‘그랜드 슬램’을 쏘아올렸다. 시즌 12호이자 97년과 99년에 이어 개인통산 세 번째 만루홈런.

이승엽의 역전 결승포가 터진 뒤 8회부터 마무리 임창용을 투입한 삼성은 5-2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삼성의 또 한명의 ‘거포’ 스미스는 6회 솔로홈런으로 시즌 18호를 기록, 시즌 개막 후 단 한번도 홈런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현대 퀸란(17개)을 제치고 처음으로 홈런 더비 1위로 올라섰다.

한편 ‘4연타석 홈런의 사나이’ 박경완이 1회 3점홈런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세를 잡은 현대는 SK에 8-4로 승리.

잠실경기에서 LG는 2-2 동점인 7회말 1사 1, 2루에서 톱타자 유지현의 우중월 2루타로 결승점을 뽑아 한화를 5-2로 눌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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