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7·LA다저스)가 3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던진 커브의 최고 스피드다. 어지간한 국내 프로투수의 직구와 맞먹는 속도.
변화구가 이 정도 스피드라면 타자들은 직구와 변화구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게 돼 타격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는다. 과거 전성기 때의 선동렬이나 두산의 박명환 정도가 138㎞짜리 '초고속 슬라이더'를 던졌다.
박찬호는 이날 고비 때마다 주무기인 파워커브를 뿌렸고 그때마다 메츠 타자들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허공을 갈랐다. 심지어 절대적으로 투수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인 스리볼이나 원스트라이크 스리볼에서도 박찬호는 자신있게 커브를 던져 메츠 타자들의 의표를 찔렀다.
2회 1사 1루에서 메츠 7번 토드 질과 8번 베니 애그바야니를 연속삼진으로 잡은 공도 커브였고 제구력이 흔들린 7회 2사 1, 2루에서 2번 조 맥유잉을 헛스윙 삼진으로 낚아 위기를 면한 구질도 역시 커브.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안겨준 공은 최고스피드 156㎞에 이른 직구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살짝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였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한 박찬호가 시즌 5승(4패), 9경기 연속 피홈런 끝, 홈경기 첫 승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최근 방망이에 물이 오른 메츠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2안타 무실점. 박찬호가 올해 무실점 경기를 한 것은 11경기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볼넷 ‘남발’은 여전히 문제점. 이날도 6개의 볼넷을 허용해 양리그 통틀어 최다 볼넷(47개) 허용투수의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7이닝 동안 투구수 115개. 박찬호는 이날 볼넷을 줄이고 투구수를 아꼈다면 9회까지 완투하며 데뷔 이후 첫 완봉승도 노려볼 만했다.
5승 무패를 달리던 메츠 투수 알 라이터와의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진 경기는 0-0인 6회말 다저스 3번 숀 그린의 만루홈런 한방으로 승부가 갈렸다. 다저스의 4-1 승리.
1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이후 16일 만에 1승을 추가한 박찬호는 다음달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 선발등판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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