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프랑스오픈 '강자들의 무덤'…아가시도 '탈락'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04분


콧대높은 '롤랑가로스의 지신(地神)'은 미국인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가.

2일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회전.

톱시드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안드레 아가시(30·미국)가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카롤 쿠체라(26·슬로바키아)에게 2시간만에 1-3(6-2, 5-7, 1-6, 0-6)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남녀 2번시드인 피트 샘프러스와 린제이 데이븐포트(이상 미국)가 나란히 1회전에서 패해 '고향 앞으로'를 외친 데 이어 우승후보 아가시마저 초반 하차의 비운을 누렸다.

아가시에게 프랑스오픈은 각별했다. 지난해 우승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윔블던 준우승, US오픈 우승, 올 호주오픈 우승 등 4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둔 것.

남다른 각오로 2년연속 제패를 노렸지만 결국 이 대회는 1년 사이에 영욕이 엇갈린 무대로 남게 된 셈이다. 또 5개 메이저대회 연속 결승 진출의 꿈도 날렸다.

첫세트를 따낸 뒤 2세트에서도 5-2까지 앞선 아가시는 오른쪽 엄지발가락 물집에 따른 통증으로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무너졌다. 다잡은 2세트를 내준 뒤 3, 4세트에서는 단 1게임만 따내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관중석에서 애타게 응원하던 애인 슈테피 그라프를 안타깝게 했다. 어이없는 패배에 화가 난 나머지 공식기자회견에도 불참한 채 숙소로 직행한 아가시는 벌금 1만달러까지 물게 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년 연속 1회전 탈락의 수모를 당한 쿠체라는 98년 US오픈 16강에서 아가시를 꺾은 데 이어 메이저무대에서 다시 '대어'를 낚는 이변을 연출했다.

남자단식 1, 2번시드가 모두 대진표에서 빠져나간 가운데 3번시드 마그너스 노르만(스웨덴), 6번시드 세드릭 피욜린(프랑스), 7번시드 토마스 엔퀴비스트(스웨덴) 등은 가볍게 32강에 올랐다.

<김종석기자·파리외신종합>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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