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회전.
톱시드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안드레 아가시(30·미국)가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카롤 쿠체라(26·슬로바키아)에게 2시간만에 1-3(6-2, 5-7, 1-6, 0-6)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남녀 2번시드인 피트 샘프러스와 린제이 데이븐포트(이상 미국)가 나란히 1회전에서 패해 '고향 앞으로'를 외친 데 이어 우승후보 아가시마저 초반 하차의 비운을 누렸다.
아가시에게 프랑스오픈은 각별했다. 지난해 우승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윔블던 준우승, US오픈 우승, 올 호주오픈 우승 등 4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둔 것.
남다른 각오로 2년연속 제패를 노렸지만 결국 이 대회는 1년 사이에 영욕이 엇갈린 무대로 남게 된 셈이다. 또 5개 메이저대회 연속 결승 진출의 꿈도 날렸다.
첫세트를 따낸 뒤 2세트에서도 5-2까지 앞선 아가시는 오른쪽 엄지발가락 물집에 따른 통증으로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며 무너졌다. 다잡은 2세트를 내준 뒤 3, 4세트에서는 단 1게임만 따내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관중석에서 애타게 응원하던 애인 슈테피 그라프를 안타깝게 했다. 어이없는 패배에 화가 난 나머지 공식기자회견에도 불참한 채 숙소로 직행한 아가시는 벌금 1만달러까지 물게 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년 연속 1회전 탈락의 수모를 당한 쿠체라는 98년 US오픈 16강에서 아가시를 꺾은 데 이어 메이저무대에서 다시 '대어'를 낚는 이변을 연출했다.
남자단식 1, 2번시드가 모두 대진표에서 빠져나간 가운데 3번시드 마그너스 노르만(스웨덴), 6번시드 세드릭 피욜린(프랑스), 7번시드 토마스 엔퀴비스트(스웨덴) 등은 가볍게 32강에 올랐다.
<김종석기자·파리외신종합>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