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안의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국내 축구계는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이동국에게 초청장까지 보냈던 이탈리아 페루자 구단이 말을 바꿔 연봉 절반 삭감과 입단 테스트를 요구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분노마저 느낀다.
하지만 축구계 일각에서는 그간 한국 선수들이 과도한 거품에 취해 있었다는 따끔한 지적을 하고 있다. 기량면에서 아직 세계 수준과는 큰 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설픈 자존심만 내세운다는 지적이다.
최용수의 잉글랜드 웨스트햄 진출이 무산됐던 것은 ‘돈’ 때문이었지만 이동국은 최용수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페루자는 이동국을 일단 곧바로 활용할 수 있고 1년 임대기간 동안 기량이 검증된다면 우선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초청장을 보낸 후 이동국이 무릎 부상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말을 바꾼 것.
당초 계약을 무시한 페루자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동남아시아의 축구 후진국이 한국에 그렇듯이 한국 역시 유럽 축구시장엔 프로리그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축구 변방이다.
이동국 사태의 결과만 놓고 보면 구단의 행정 미숙, 에이전트의 협상능력 부족 등 구태의연한 문제점을 또다시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축구 유망주들의 해외진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 볼 때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