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스쿼시 전도사' 우윤근변호사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법의 목적은 화해, 스쿼시의 목적은 행복.'

유-러 합동법률사무소 우윤근대표변호사(42)는 틈만 나면 스쿼시에 몰두한다. 재판 및 법률상담 등으로 긴장의 연속인 생활 속에서도 자유를 만끽하고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라켓의 반발력을 받아 경쾌하게 벽에 부딪히는 파열음을 들으며 10평 남짓한 코트에서 1시간여 볼을 쫓다보면 어느새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꽉 짜여진 생활에서 벗어나 벽면과 씨름하다보면 다른 어떤 것에서도 찾을 수 없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스쿼시를 통해 심신을 재충전한 우변호사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선다.

지난해 3월 스쿼시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그는 체력 증진이 최대목표였다. 짧은 시간에 최대의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시작한 것. 하지만 스쿼시 라켓을 잡고 볼을 힘차게 때리기 시작하는 순간 '코트에 서있는 그 자체'가 최고의 목표가 됐다. 체력증진은 부수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그동안 등산 수영 축구 등 다른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지만 격렬하고 도전적인 스쿼시는 더욱 가슴 깊숙이 다가왔다.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집중 공방을 벌인다는 점에서 법과 스쿼시는 닮았다는 생각이다. 특허법 전문가인 그는 법의 최대 목표를 '화해'로 본다. 법정에서의 승리는 또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스쿼시 코트에만 들어서면 행복하다. 경쟁이 본질인 스포츠이지만 스쿼시는 한번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는 것.

스쿼시에 입문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변호사로서 법정에 서야 하는 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쿼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평소 안면이 있던 서울시 스쿼시연맹 김학신전무가 그를 회장으로 영입할 정도까지 됐다. 보통 돈 많은 기업체 사장을 회장으로 모시는 게 경기단체의 관례였지만 침체된 스쿼시의 발전을 위해선 그와 같은 열정이 가장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

우변호사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스쿼시 예찬론자'로도 불린다. 가족은 물론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스쿼시의 효과'를 들먹이며 권유하기 때문. 특히 40대 직장 남성들에겐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건강증진책'이라며 강권한다. 유-러 합동법률사무소 직원 모두에게도 스쿼시 라켓을 선물했다.

"급변하고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스쿼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라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라켓을 들고 스쿼시코트로 향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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